임꺽정 세트 - 전10권 -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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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미숙박사님의 강의를 유투브를 통해 우연히 보게되었다.

그 전에도 그 명성은 익히 들은바 있지만, '감이당'이라는 인문학공동체를 이루어서 공부하며 삶을 사는 이들을 보니 당연 부럽기도 하고 경외감도 들고... 최근에 강의하시면서 사람은 누구나 '출가'를 하여 공부를 하여야 한다는 말씀이 가장 와 닿았다. 인생의 어느때쯤은 먹고 사는 데 메여 살것이 아니라 진정 내가 누구인지, 이 생에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내가 진정 행복한지 탐구할 시간이 이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에... 출가를 위해 나 스스로 설수 있도록 다방면 준비할수 밖에...

고미숙 선생님 강연중 '호모ooo'시리즈도 있거니와 '동의보감' '명리학' 등 다양한 주제가 있는데, 그 강연 중 많이 회자되는 내용이 바로 '임꺽정'이라는 소설이다. 동의보감 강의를 하시며 몸과 나.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삶 중 임꺽정을 사례로 많이 들다보니 당연히 임꺽정 소설에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마치 옛날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한 학생이 연변에 대해 이야기 하며 온갖 허풍을 늘어놓는데, 미처 가보지 못한 이들이 허허 웃으며 속을수 밖에 없는데... 고미숙선생님이 임꺽정 이야기를 할때마다 아직 임꺽정을 읽지 않은 나로써는 개그프로를 볼때처럼 그냥 막연히 상상하며 웃을수 밖에... 그래서 임꺽정을 제대로 알기위해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렇게 나도 감탄을 자아내고 싶었다.

총10권으로 이우러진 대작을 선뜻 읽겠다고 다짐할수 있었던 데는, 내가 책읽기에 이력이 난 사람이라 큰 고민할것도 없다. 익히 '토지'를 비롯하여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혼불'.. 심지어 '삼국지'까지 다 읽어본 내가 겁낼것 없이 덜컥 시작한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10권을 매향 아침, 밤으로 시간 날때마다 꼬박 꼬박 읽었지만, 읽는데 거의 한달 반이나 걸렸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우리의 '문체'라고 해야될까.... 우리의 '언어'라고 해야 할까... 우리조상들이 매향 썼던 언어로 된 이 책이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고미숙선생님 말마따나 근 100년의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지금 쓰는 말과 그때의 말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이렇게까지 언어가 바뀌게 된것은 무슨연유에서였을까? 일제를 거치고 소위 개화를 거치고 외국문화가 판치고 표준어라는 것이 자리잡고 하면서 우리 고유의 유려하고도 맛깔난 언어는 사라지고 지금의 실용적인 간단한 언어만 남게 된것은 아닌지...

소설 '임꺽정'은 내가 궂이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사 20세기를 빛낸 거장의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두말 할것도 없고 벽초 홍명희 선생이야, 문학가를 넘어 독립운동가, 정치운동가였으니 그의 면면을 보나 살아가신 궤적을 보나 고금의 '영웅'이라 칭하실만한 분이시다. 임꺽정이 어디 그냥 소설이라고만 할수 있으랴, 우리 민족의 살아온 민속학이며 언어의 보물이다.

10권이나 되는 소설의 내용을 내가 한꺼번에 다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그래도 열심히 읽은 보람으로 이 책에 나오는 임꺽정 이하 주요인물들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 보련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임꺽정'이니 당연히 처음부터 임꺽정이야기로 시작될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소설 임꺽정은 총 10편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그 첫번째 편이 '봉단편'으로 임꺽정 아버지의 사촌누이'봉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때는 임꺽정이 태어나기 훨씬 전이다. 연산군 말기 갑자사화로 인해 거제도로 귀양갔던 '이교리'가 목숨 부지를 위해 황해도 땅으로 도망을 하게 되고, 거기서 신분을 숨기고 고리백정집 딸 봉단에게 장가들어 게으름뱅이 데릴사위 노릇을 하게된다. 장모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다 중종반정이 일어나서 다시 신분을 되찾고 서울로 올라오는게 봉단편의 내용이다. 이교리가 봉단이 집에 있을때 '백정학자'라는 소리를 듣는 봉단의 삼촌 양주팔과 교류를 맺게 되는데, 서울로 올라올때도 데리고 올라온다. 봉단은 서울로 올라온뒤 중종의 특별한 은혜로 숙부인으로 신분이 상승하고 평생 남편과 백년해로 하게 된다.

양주팔은 남소문안에서 갖바치 백정으로 가죽신을 만드는데, 전의 '이교리'와 친한 동무일뿐 아니라 이교리를 통해 서울의 많은 양반들과 교류하게 된다. 특히 '조광조'와도 각별한 사이로 나온다. 3권 양반편에는 그야말로 양반들의 이야기로 꾸며지는데, '기묘사화'와 '을사사화'를 통해 스러져간 많은 양반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역사에 무뇌한 들에게는 많이 어려운 편이 될듯했다. 역사에 이렇게 정통해서 세세히 그때 상황을 밝여두었으니, 그 즈음때의 역사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양주팔이 갖바치질을 하고 있을때 봉단의 사촌 '임돌이'도 아버지 상을 치루고 서울로 오다가다 하다 양주 고기다루는 백정집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임돌이와 그의 백정부인 '애기' 사이에서 태어난것이 바로 임꺽정이다. 임꺽정이 위로 누나가 하나 있는데, 훗날 양주팔의 아들과 결혼하여 딸 '애기'를 뒤늦게 낳는다.

임꺽정이 이름이 '꺽정'이 된데에는 어려서부터 장난이 심하고 부모 말도 잘 먹히지 않아 '저 놈이 커서 뭐가되나 걱정'이라고 '걱정이, 걱정이'라고 부른것이 아예 이름이 된 것이었다. 꺽정이 부모가 아예 양주팔에게 교육을 맡겨서 그 집에 주로 가서 살다시피 하게 되어서 양주팔에게 글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로써 많은것을 배우게 된다. 그때 양주팔의 아랫채에는 두 집이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한 집은 연산주를 욕하는 말 한마디를 고해바친 마을 주민때문에 서울로 옥살이 오게된 사람의 부인이 임신중에 왔다가 그예 남편이 옥사하여 유복자로 태어난 박유복와 그의 어머니 모자가 와서 살고, 또 건너방에는 양반 서자이지만, 사화로 부모잃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봉학이가 와서 살고 있었다. 박유복이와 이봉학이 모두 꺽정이와 또래지간이라 셋이서 어울려 공부도 하고 말썽도 많이 저질렀다.

이봉학이는 어려서 부터 활쏘기를 좋아하게 되어 나중에 백발백중 한량으로 출사하게 되고, 박유복이도 재주를 갖고싶어 하다 표창 날리기 연습을 하여 귀신같은 솜씨를 갖게 되고, 꺽정이도 우연한 길에 칼쓰는 도인에게 칼쓰는 법을 배우게 되어 귀신같은 검술을 갖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끌자면 끝도 없어,, 인물들만 간단 정리하고자 한다.

임꺽정은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고 양주팔과 전국 팔도를 여행하던 중 백두산에서 황운총이라는 백두산 사슴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양주 집으로 들어와 살았는데, 덩치가 산만하고 힘이 천하장사라, 근방에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도적이 될 생각은 없었으나 가족이 감옥에 갇혀 파옥을 하여 결국 가족을 이끌로 청학동으로 들어가 도적 수괴가 되고 말았다. 도적떼가 정돈된 후 서울 나들이 갔다가 연이어 3명의 부인도 얻고 기생첩까지 들이게 되어 총 5명의 부인을 두게 된다.

박유복은 임꺽정의 어린시절 동무이지만, 어머니의 청으로 외삼촌네로 갔다가 다리가 마비된 병신이 되었다가 이인을 만나 다리를 고치고 아버지를 밀고했던 사람을 찾아가 죽이는 원수를 갚아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가 최영장군 사당의 귀신 마누라 된 이를 데리고 도망와 청석골로 들어와 두령이 된다.

이봉학이는 양반출신으로 활을 잘 쏘아 남쪽 지역에 왜란이 났을때 참전하였다가 눈에 띄어 제주현령을 하기까지 되었는데, 나중 도적과 내통한 죄가 발각되어 기생첩을 데리고 청석골의 두령이 된다.

그외에 길막봉이, 곽오주, 배돌석이, 황천왕동이, 서림이 들이 기막힌 사연으로 도적이 될수밖에 없어 청학동에 들어와 두령노릇을 하며 크게 세를 형성하게 된다.

두령 중 서림이라는 모사가 서울서 붙잡히게 되고, 조정에서 순경사까지 파견하여 청석골패는 청석골을 버리고 자모산성으로까지 가게된다.

그런데 황당(?) 하게도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홍명희 선생이 여기까지만 집필하신 것이다. 아마 이 후로도 이야기가 꾀 길어질듯 한데... 역사기록을 보면 자모산성으로 갔다가 마지막에 구월산으로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 대부분 두령들도 죽고 임꺽정도 화살을 비오듯 맞아 죽은것으로 되어있다.

홍명희 선생께서 여러사정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아 서운치만, 이야기가 여기까지인것을 어찌하리... 임꺽정의 이야기는 줄거리 보다는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 한사건, 한사건에 공을 많이 들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주는데 더 주안점이 있는지라 비록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간 읽은 재미가 톡톡히 큰지라 아쉽지만 아쉽지만은 않다.

내가 임꺽정을 읽기 전에는 임꺽정이 신분차별, 국정혼란에 대한 개혁세력으로 생각하였었는데, 내용인즉 꼭 그렇지는 않다. 임꺽정이 어쩔수없이 도적패의 두령이 되고, 그외 두령들도 대게가 세상에서 더이상 살수 없는 형편이되어 모여 세를 이루어 조정의 근심이 되었지만, 개혁을 주창하는 혁명세력은 아니고,, 그 들 나름의 사는 방편이 있을뿐이었다. 명종 때의 윤원형, 문정왕후, 보우 요승 등의 혼란스러운 정치가 임꺽정이와 같은 이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그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나름 잘 살려고 버둥쳤을뿐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임꺽정이 패의 도적질, 살인등의 행각이 정의롭지만은 않은것은 당연하다. 내가 그동안 어떠한 환상으로 임꺽정을 그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앞서도 말 하였지만, 임꺽정이라는 소설은 20세기 최고의 문장, 이야기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다. 최고의 이야기꾼의 다른 작품도 찾아서 꼭 읽어보리라... 대작을 읽고 나면 아쉬움도 크고, 홀가분도 크다. 이제 또 다른 어떤 이야기로 빠져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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