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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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은 정말이지 세계를 담기도, 닮기도 했다. 오롯이 내 것으로만 보이는 이 몸뚱아리는 생각보다 낯선 것들로 구성될 수 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시선에도, 내가 살아온 가정 환경에도, 대한민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영향을 받는다. 불가침의 영역으로만 보이던 내 몸이 얼마나 사회적인지를 낱낱이 파헤친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다.

흑인/백인/황인이라는 인종 구분의 허구성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조선인의 몸이 어떻게 억압받았는지, 여성의 몸이 의학계에서 배제되어온 역사와, 자본과 결탁한 학문의 위험성, 경제적 불평등이 몸에 미치는 영향, 의학이라는 '절대적'인 지식에 인류가 몸을 '위탁'함으로써 어떻게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지까지 다루었다.

이 방대한 논의를 다루는 김승섭 저자의 저술이 향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사회적 약자'다. 불평등의 구조를 보건학으로 풀어내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조리한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얼마 전 읽은 황정은 작가의 소설 제목 《계속해보겠습니다》를 김승섭의 《우리 몸의 세계라면》 마침말에서 발견(마지막 사진)했다.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던 최규석 만화《송곳》의 결말도 함께 떠올랐다.

'쉽지만은 않지만 나는 괜찮으니 계속해보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돋보이는 책이었고, 본의 아니게 내가 굉장한 삶의 의지를 얻게됐다.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지만 이 책은 정말 전국민 필독서 해야한다.

#우리몸이세계라면 #김승섭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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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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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책!!!
호기롭게 자신과 차은우를 나란히 책에 박제한 국내 유일무이한 물리학자 아닐까 싶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의 「관계의 과학」이다.

190페이지에 차은우와 저자 김범준 교수를 합성한 사진이 나온다. 멀리서 흐린 눈으로(...) 보면 차은우 같고 가까이서 보면 김범준 교수다. 이런 합성 방법이 중력파 검출 방법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그는.. 진정 유쾌함 그 자체... ㅋㅋㅋㅋ

통계물리학이라는 낯선 학문이 실생활의 엉뚱한 호기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호기심을 수치화시키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고, 그게 바로 과학의 매력이지 않나 싶었다. 이런게 통계물리학인줄 알았다면 나도 관심 좀 가져볼 걸 그랬다(고 뻥을 쳐본다).

차은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 곳곳에서 숨겨지지않는 유쾌함이 드러나서 피식피식 웃게된다. 다만,, 솔직헌 마음으루다가 사족을 붙여보자면,, 요즘 글쓰기 수업에서 자꾸 지적받는게 있다. "교훈을 주려하지 말라"는 건데 사실 이 책이 좀 그런 투로 쓰였다. 교수가 써도 매력이 반감되는 교훈투의 글쓰기를 감히 내가 쓰고있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된 독서이기도 했다..ㅎ... 하지만 내용은 매우 흥미로움.

#관계의과학 #김범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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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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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결정적인 장면(스포라 언급하진 않겠습니다ㅜㅜ)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지막 장면과 대사가 떠올랐다.

"내 모든 기억은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하지만 소설 속에선 주인공 아누타가 가상영상체험 기술로 이언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려한다. 영화보단 조금 더 희망적이라고 바라볼 수 있을까.

「기파」라는 제목은 향가 '찬기파랑가'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난생 처음 듣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신라시대 향가를 SF로...? 가능해....? 하는 마음에 호기심부터 일었다.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도 제목만 보고 읭? 했는데, 한국과학문학상은 예사롭지 않은 제목을 좋아하ㄴ.... )

'찬기파랑가'는 신라의 화랑 '기파랑'을 찬양하는 향가다. 박해울 작가는 그가 정말 찬양받을 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들어 직접 조사에 나섰고, 의외로 '기파랑'이 의사라는 설을 발견하게 된다. 우상화된 존재의 실체는 사실 우리의 기대 바깥에 위치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소설 「기파」는 시작되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행간이 군더더기없이 꽉 채워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서사로 느껴졌는데, 실제로 박해울 작가가 이 작품을 무려 6년 동안 퇴고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 또한 이 작품의 완성도를 특별히 높이 평가했고, 정말이지 든든한 식사 한 끼같은 독서였다.... 밀도 높음....

덧붙여 표지 일러스트가 볼 때마다 경탄스러워서 책날개를 살펴보니 곽제니 작가님이셨다. 바로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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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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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왜?"
"뇌는 다 똑같거든."

뇌과학(정확히는 신경과학)에 대한 트렌디한 이슈, 온갖 낭설과 오해를 다룸은 물론, 과학 자체에 대한 시각도 균형있게 다룬 책이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보다시피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관련 자료 QR코드도 군데군데 있어서, 세포 분열과 신경세포 증식 영상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철학 공부를 하다보면 더더욱 과학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끔 현상적 증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철학에 회의감이 들 때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지식은 점점 더 좁은 영역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학제 간 소통은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개별 학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송민령 작가도 이 점을 정확히 언급한다. 과학은 특유의 방법론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를 할 수 없다.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을 벗어나 실제 현실에 그것을 적용하는 연구가 따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객관성의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은 삶에 엄밀한 해답을 줄 수 없다.

책이 유난히 맘에 들었던 것도, 송민령 작가가 과학에 대한 사회의 무비판적 수용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지적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자와 비-연구자 사이에 유난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학문이 과학이다. 그 거리감 때문에 가짜과학이 판을 치고, 오해와 불통이 이어진다.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이러한 불순물을 그러모아 걸러내는 책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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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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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일한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기후변화에 대한 방대한 논의를 써내린 책이다. 기후와 문명의 상관관계, 기후를 결정짓는 지구시스템모형, 미세먼지부터 과학 일반에 대한 논의까지.
정말 방대해서 지구과학 공부 안 한지 n년 차인 나에게 조금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쁨도 쏠쏠했다.

'환경보호'라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테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계적으로 환경보호 포스터니 표어니 뭐니 하며 살아온 탓에, 이젠 그 구호가 어떠한 위기감도 환기시키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 같다.
어.. 환경 보호.. 중요하지.. 해야지.. 이런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사람이어도 이 책을 보고나면 안일한 마음가짐은 사라지고 '아 그래서 난 뭘 해야하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키워드로 홀로세(Holicene)와 인류세(Anthropocene)를 들 수 있겠다. 인류가 지금껏 살아남아 현대문명을 이룰 수 있게끔 만든 온난한 기후를 '홀로세'라고 한다. 간빙기에 속하는 이 시기는 기후의 변동이 적고 안정되어 덕분에 인류가 환경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문명을 꽃피우고 인간은 근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자연을 대상화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부터 우리는 인류가 스스로 만든 시대인 '인류세'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유례없는 환경파괴를 일구어낸(?) 인간은 급기야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지구를 망가뜨리기에 이르렀고, 인류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후를 맞이할 상황에 처해있다. 이 위기를 정말 실감나게 전해주는 책이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동아시아 출판사 책 정말 잘 만든다. 대중적인 책 제목 선정에, 표지 디자인은 매우 직관적이다. 특히 이번 「파란하늘 빨간지구」 표지는 보여주는 사람마다 칭찬하더라.
개인적으로는 겉표지를 벗겨낸 속표지가 정말 맘에 들었다. 대비되는 두 색상에 흰색 영문 제목이 외국 원서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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