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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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왜?"
"뇌는 다 똑같거든."

뇌과학(정확히는 신경과학)에 대한 트렌디한 이슈, 온갖 낭설과 오해를 다룸은 물론, 과학 자체에 대한 시각도 균형있게 다룬 책이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보다시피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관련 자료 QR코드도 군데군데 있어서, 세포 분열과 신경세포 증식 영상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철학 공부를 하다보면 더더욱 과학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끔 현상적 증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철학에 회의감이 들 때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지식은 점점 더 좁은 영역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학제 간 소통은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개별 학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송민령 작가도 이 점을 정확히 언급한다. 과학은 특유의 방법론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를 할 수 없다.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을 벗어나 실제 현실에 그것을 적용하는 연구가 따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객관성의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은 삶에 엄밀한 해답을 줄 수 없다.

책이 유난히 맘에 들었던 것도, 송민령 작가가 과학에 대한 사회의 무비판적 수용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지적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자와 비-연구자 사이에 유난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학문이 과학이다. 그 거리감 때문에 가짜과학이 판을 치고, 오해와 불통이 이어진다.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이러한 불순물을 그러모아 걸러내는 책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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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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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일한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기후변화에 대한 방대한 논의를 써내린 책이다. 기후와 문명의 상관관계, 기후를 결정짓는 지구시스템모형, 미세먼지부터 과학 일반에 대한 논의까지.
정말 방대해서 지구과학 공부 안 한지 n년 차인 나에게 조금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쁨도 쏠쏠했다.

'환경보호'라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테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계적으로 환경보호 포스터니 표어니 뭐니 하며 살아온 탓에, 이젠 그 구호가 어떠한 위기감도 환기시키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 같다.
어.. 환경 보호.. 중요하지.. 해야지.. 이런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사람이어도 이 책을 보고나면 안일한 마음가짐은 사라지고 '아 그래서 난 뭘 해야하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키워드로 홀로세(Holicene)와 인류세(Anthropocene)를 들 수 있겠다. 인류가 지금껏 살아남아 현대문명을 이룰 수 있게끔 만든 온난한 기후를 '홀로세'라고 한다. 간빙기에 속하는 이 시기는 기후의 변동이 적고 안정되어 덕분에 인류가 환경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문명을 꽃피우고 인간은 근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자연을 대상화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부터 우리는 인류가 스스로 만든 시대인 '인류세'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유례없는 환경파괴를 일구어낸(?) 인간은 급기야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지구를 망가뜨리기에 이르렀고, 인류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후를 맞이할 상황에 처해있다. 이 위기를 정말 실감나게 전해주는 책이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동아시아 출판사 책 정말 잘 만든다. 대중적인 책 제목 선정에, 표지 디자인은 매우 직관적이다. 특히 이번 「파란하늘 빨간지구」 표지는 보여주는 사람마다 칭찬하더라.
개인적으로는 겉표지를 벗겨낸 속표지가 정말 맘에 들었다. 대비되는 두 색상에 흰색 영문 제목이 외국 원서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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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짐승아시아하기 문지 에크리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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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김혜순 시인이 쓴, ‘여성으로서 경험한 아시아 여행 산문집이다. 우선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기였다고 총평하고 싶다. 티베트와 인도,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몽골 등의 생경한 여행지의 낯섦이 반가웠고, 아름다운 문체 속에 에로스의 철학이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도 굉장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기대가 된다.

이것은 내 여행하기의 기록이다. 또한 여자짐승아시아하기의 기록이다.” (p.10)

처음 책 발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제목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들뢰즈 철학의 되기개념이었다. 제목의 여자, 짐승, 아시아는 모두 비()남성, ()인간, ()서양권이라는 타자성을 지닌 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들뢰즈의 되기주체에 의해 규정되는 타자의 구조를 뒤엎고 존재자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가치척도 속에서의 구분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스러움을 수행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김혜순 시인이 일상적인 언어로 굉장히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여자하기는 일종의 여행이다. 이 여행은 여자의 몸으로 겪는 복수적이고, 관계적인 경험이다. 몸의 경험을 사유하기이다.” (p.18)

서로에게 서로를 조금씩 내어주는 다른 주파수의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그 세상에서 서로의 삶을 변용해간다. 그리하여 짐승하기는 분열하기이다.” (p.19)

서구 근대를 거친 역사 속에서 합리적인 이성에 대척하는 감성은 멸시받아 왔으며, 이는 그것의 모체인 가변적이고 유한한 육체의 상징인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났다. 근대를 연 데카르트는 사유와 연장성을 말하며 이성적인 사유가 가능한 인간 이외의 것은 모두 물질적인 연장성만을 지닌다고 했다. , 동물과 같은 비()인간종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타자화 한 것이다. 아시아 또한 오리엔탈리즘으로 타자성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나의 존재가 아닌 뭉뚱그려진 무엇으로 규정되며 사라지는 존재성에 대해 김혜순 시인은 아래처럼 말한다.

나는 왜 나가 아니고, 우리인가. 은유들 속에는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가. / 네가 나를 쥐라고 부르면, 나는 쥐가 되는가. 그러나 너는 쥐의 번식을 감당해본 적이 있는가. (중략) 네가 나를 여자로 부르자 나는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너는 사라져가는 나의 뒷모습들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한 여자의 수만 가지 분열을 견뎌본 적이 있는가. (중략) 너는 너를 얼마나 잘 가꾸었기에 온전히 인가.” (pp.67-68)

누구든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쥐 두마리가 생산한 세상의 모든 쥐 중에서, 몇 마리를 실험실에 가두어놓고, 그 쥐에 대해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p.70)

이뿐 아니라 76~77페이지의 검은 여신이라는 어머니 묘사는 윤지선 교수의 논문 『장기-몸의 봉기로서의 출산』에서 말하는 모성의 신적 폭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텍스트 안에 방대한 철학적 아이디어들이 담겨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철학에 대한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해서 이 정도로 마쳐야겠다. 이게 철학서적은 아닌 것 같으니깐그럼 이제 개인적으로 취향이었던 부분을 말해보자면, 붉은 자두」편과 「낙타하다」에서 사막을 묘사하는 대목이 좋았다.

늦은 여름의 햇빛이 이토록 향기 나게 쫀득거리는 것을 만들어내다니. 향기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향기의 발음기호 속엔 이 질감이 없다. 표현할 수 없으므로 말은 필요 없다.” (p.158)

평면이다. 주체도 없고, 형식도 없다. 모래 입자들의 운동과 정지가 있을 뿐. 지층도 없고, 칸막이도 없다. 성층 작용도 없다. 다만 무한한 운동과 무한한 정지, 다시 무한한 운동. 빠름이 있고, 느림이 있다. 그리고 열띤 분자들이 있다.” (p.169)

철학적인 의미를 넘어 아름다운 여행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혜순 시인의 시선으로 경험한 순간들을 풀어냈겠지만, 그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라는 여행을 택한 만큼 각 장소와 순간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혜순 시인은 그 발현을 사려깊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를 통해 옮긴 것일 테다. 그의 다른 시집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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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더 그레이트 맨 스티커 컬러링 시리즈 3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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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스티커 컬러링 : 랜드마크」에 이어 이번엔 「스티커 컬러링 : 더 그레이트 맨」을 해 보았당ᕕ( ᐛ )ᕗ

 

제임스 딘, 빌 게이츠,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체 게바라, 밥 말리, 살바도르 달리, 총 7명의 역사적인 남성 인물이 등장하는 스티커 컬러링 책이었다.

 

친구가 고른 사람은 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이었다!!! 왜 골랐냐니깐 제일 잘생겼댄다...^^...

언급한 7명의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들어본 적 조차 없는 인물이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하면 검색이지!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배우양성소 액터스스튜디오에서 연기공부를 마치고 무대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1954년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 어두운 가정에서 자란 섬세하고 예리한 청년역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고뇌의 일면을 상징하는 듯한 존재로 등장하였다.

같은 해 《이유 없는 반항》, 이듬해 《자이언트》에 출연하여 작품마다 성가를 높였으나, 그 해 고속도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다. 혜성 같은 짧은 생애는 사후의 그를 신비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삶의 완전한 의미를 이해하는것은 배우의 의무, 해석하는것은 배우의 문제,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노력이다. (To grasp the full significance of life is the actor's duty; to interpret it his problem; and to express it his dedication.)" - James Dean

 

너무 지나버린 세대인 탓에, 대단한 배우님을 몰라뵙고 있었던 것이었다( Ĭ ^ Ĭ ).... <에덴의 동쪽> 왓챠 예상별점 5점 만점에 4.5점이다.. 찾아 봐야지.. 스티커 컬러링 책 덕분에 띵작을 알게 되었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티커를 붙여야지. 제임스 딘님을 조각낸(...) 스티커를 펼치고, 뜯어냈다. 그리고 숫자에 맞춰 제임스 딘님을 완성한다! 컬러링을 할 때는 완성판의 숫자를 기준으로 스티커를 찾아서 붙이는 편이 훨씬 예쁘고 깔끔하게 붙여지더라.

 

꼼꼼히 붙입니다. 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친구와 저는 실패했습니다.그렇게 해서 완성된 배우 제임스 딘!! 아아 잘생겼어요. 이제 <에덴의 동쪽> 보러 가야지. 실물 영접하러 가야지...

 

하지만 그의 눈썹을...한 조각을 잃어버려서 끝내 찾지 못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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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
하이문 그림, 오창길 글, 조승연 감수, (사)자연의벗연구소 기획 / 북센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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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 p.23

 

자연에는 돌멩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바람이 지금 불어야 할 이유가, 씨앗이 그런 생김새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존재에 이유가 있던 자연에, ‘쓰레기라는 있어서는 안 될 잉여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분해 될 수 없는 유해한 화학 물질과 생태계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오염물을 왕창 쏟아냈습니다.

 

나는 인간의 잘못을 덮을 만큼 하늘과 바다가 넓고, 우리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대지는 언젠가 다시 회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었다.”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p.59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은 환경 만화가이자 교토대 환경공학과의 명예교수인 다카쓰키 히로시 작가(필명 하이문)의 환경도서입니다. 환경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정식 만화가로 데뷔했다는 열정적인 작가님!

 

귀여운 그림으로 설명되는 환경문제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동안 환경문제와 자본주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온통이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친환경 물품을 사용한다 해도 자본주의의 특징은 과잉생산입니다. 자본주의는 수요에 따른 공급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자본의 증식을 위한 공급이 이루어질 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은 소비가 아니라 이윤을 위한 것이다.” - 아인슈타인

 

자본주의사회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즉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설령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일이라해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 다시 자본을 읽자, 고병권, p.34

 

끊임없는 이윤추구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원의 낭비를 줄이려는 시도는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물위에 떠 있는 배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인간은 그 배를 만드는 데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인간은 그 집을 짓는 데 돌 하나 나르지 않았다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길다

인간은 어떠한 창조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인간은 금이 간 사과 하나 붙이지 못한다

 

인간이 창조한 것은 탐욕

착취의 먹이사슬뿐

 

배의 밑창에서 지붕까지 먹어치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더이상 자연이 아니며

자연은 더이상 인간적 자연이 아니며

오늘 자연은 자본가적 자연이기 때문이다

 

백무산, 자연과의 협약일부 발췌, 󰡔인간의 시간󰡕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자연을 타자화 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며 자연은 더 이상 인간적 자연이 아닌 것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윤추구라는 필요에 의해 마음껏 이용될 수 있는 도구로서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환경 보호라는 명목아래에 불평등한 조건을 지워버리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표지와 귀여운 그림체들로 접근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담고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불공평한 구조에도 주목하는 점에서 정말로 좋은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지구별환경지식 #북센스 #환경도서 #환경오염 #하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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