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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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한 사회의 문화를 설계하고 공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더라.

대학에 들어오고 정치 이슈에 하나 둘 눈을 뜨게 되면서 골똘히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그러다가 항상 문제의 해결은 '교육'이라는 결론에 이르곤 했는데, 이 책이 딱 관련된 이야기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시대가 변화하며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실직자는 늘어만 간다. 기술에서 소외받는 사람은 늘어가고, 인공지능으로 아예 인간의 존재이유조차 의심받는 시대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할 지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묘하게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 책의 결론은 그거다. '인문학 없이 기술개발 의미없다'

다만 특별한 점은 토론 구성원 중 한 명만 인문학자고 나머지는 모두 필드에서 일하는 기술자라는 것이다. 질문의 중요성,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문학자가 말하면 뜬구름 잡는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인데(ㅠㅠ), 공학자들이 나서서 말한다. (((심지어 울분이 차서 얘기하는 듯한 모습이 종종 보이ㄴ.....)))

싱가포르의 주택정책(7번째 사진)과 같이 현장의 실례를 들어가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컬쳐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식이다. 이론과 더불어 실제 사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외로 많은 것을 건진 책이다. 기억해두고싶은 사례들이 정말 많았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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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철학 -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장하석 지음, 오철우 옮김, 이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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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입고 외출한다. 빅스비한테 물어본 오늘의 날씨는 최고 8도/최저 0도. 지난 며칠 간 최저 기온이 영하 4,5도였던 것에 비하면 따스한 편이다. 롱패딩이 지긋지긋하던 참에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날을 그냥 보낼 순 없다!

최저기온 0도인 오늘의 기온은 얼음의 어는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온도의 척도는 섭씨로, 물의 어는점인 0도와 끓는점인 100도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1기압의 압력에서 적용되는 이야기다.

산에서 밥을 지을 때(산에서 취식은 금지입니다,,) 냄비 위에 돌을 올리라는 익숙한 이야기도, 높은 고도에서 낮아진 기압으로 물이 100도 이하에서 끓어 밥이 설익기 때문이다. 당장 그 정도의 대기 압력 변화만으로도 물의 끓는점은 변화한다. 그렇다면 온도계를 처음 만들 때 이렇게 가변적인 수치를 어떻게 표준화 한 걸까?

이런 성격의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책이 바로 《온도계의 철학》이다. 섭씨온도계를 예로, 1) 0도와 100도라는 고정점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2) 정해진 척도는 어떻게 검증되는지 3) 아주 고온이거나 아주 저온인 경우, 온도계의 물리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4) 추상적인 온도 개념과 물리적인 조작의 조응을 입증하는 것까지, 익숙하게만 써오던 과학적 개념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재미있는 결론은 그 과정이 완벽하게 맞물린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외로 꽤 엉성한 합의 속에서 진행되어간다. 이론적으로 해명되지 않았더라도, 아무튼 현상을 제대로 기술해내면 그 방식을 채용하는 식이다. 물론 막무가내는 아니다. 불완전한 지식사에서 제안된 것은 바로 '정합의 사용'이었다.

"우리는 선박 건조대에서 배를 해체하고 최상의 부품으로 다시 건조할 수 없는 항해자들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신들의 배를 건조해야 하는 처지와 같다."

빈 학파의 지도자였던 오토 노이라트의 위의 은유에서 보듯, 과학의 전략은 실용적이었다. 바다에 빠질 순 없는 노릇이니 삐그덕거리더라도 아무튼 지금 타고있는 배에서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바로 과학이다.

비록 내 1전공은 화학이지만, 내 오랜 관심은 보증된 진리로서의 과학 그 자체보단 과학이 갖는 의미를 향해있었다. 《온도계의 철학》 또한 다루고있는 대상의 초점은 온도계에 맞춰져있지만, 온도계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는 과학 지식 그 이상의 것이다. 출판된 지 7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지만, 지금도 유용하고 앞으로 더 유용해질 만한 책임이 틀림없다.

#온도계의철학 #장하석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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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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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은 정말이지 세계를 담기도, 닮기도 했다. 오롯이 내 것으로만 보이는 이 몸뚱아리는 생각보다 낯선 것들로 구성될 수 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시선에도, 내가 살아온 가정 환경에도, 대한민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영향을 받는다. 불가침의 영역으로만 보이던 내 몸이 얼마나 사회적인지를 낱낱이 파헤친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다.

흑인/백인/황인이라는 인종 구분의 허구성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조선인의 몸이 어떻게 억압받았는지, 여성의 몸이 의학계에서 배제되어온 역사와, 자본과 결탁한 학문의 위험성, 경제적 불평등이 몸에 미치는 영향, 의학이라는 '절대적'인 지식에 인류가 몸을 '위탁'함으로써 어떻게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지까지 다루었다.

이 방대한 논의를 다루는 김승섭 저자의 저술이 향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사회적 약자'다. 불평등의 구조를 보건학으로 풀어내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조리한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얼마 전 읽은 황정은 작가의 소설 제목 《계속해보겠습니다》를 김승섭의 《우리 몸의 세계라면》 마침말에서 발견(마지막 사진)했다.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던 최규석 만화《송곳》의 결말도 함께 떠올랐다.

'쉽지만은 않지만 나는 괜찮으니 계속해보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돋보이는 책이었고, 본의 아니게 내가 굉장한 삶의 의지를 얻게됐다.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지만 이 책은 정말 전국민 필독서 해야한다.

#우리몸이세계라면 #김승섭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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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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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책!!!
호기롭게 자신과 차은우를 나란히 책에 박제한 국내 유일무이한 물리학자 아닐까 싶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의 「관계의 과학」이다.

190페이지에 차은우와 저자 김범준 교수를 합성한 사진이 나온다. 멀리서 흐린 눈으로(...) 보면 차은우 같고 가까이서 보면 김범준 교수다. 이런 합성 방법이 중력파 검출 방법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그는.. 진정 유쾌함 그 자체... ㅋㅋㅋㅋ

통계물리학이라는 낯선 학문이 실생활의 엉뚱한 호기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호기심을 수치화시키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고, 그게 바로 과학의 매력이지 않나 싶었다. 이런게 통계물리학인줄 알았다면 나도 관심 좀 가져볼 걸 그랬다(고 뻥을 쳐본다).

차은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 곳곳에서 숨겨지지않는 유쾌함이 드러나서 피식피식 웃게된다. 다만,, 솔직헌 마음으루다가 사족을 붙여보자면,, 요즘 글쓰기 수업에서 자꾸 지적받는게 있다. "교훈을 주려하지 말라"는 건데 사실 이 책이 좀 그런 투로 쓰였다. 교수가 써도 매력이 반감되는 교훈투의 글쓰기를 감히 내가 쓰고있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된 독서이기도 했다..ㅎ... 하지만 내용은 매우 흥미로움.

#관계의과학 #김범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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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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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결정적인 장면(스포라 언급하진 않겠습니다ㅜㅜ)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지막 장면과 대사가 떠올랐다.

"내 모든 기억은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하지만 소설 속에선 주인공 아누타가 가상영상체험 기술로 이언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물하려한다. 영화보단 조금 더 희망적이라고 바라볼 수 있을까.

「기파」라는 제목은 향가 '찬기파랑가'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난생 처음 듣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신라시대 향가를 SF로...? 가능해....? 하는 마음에 호기심부터 일었다.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도 제목만 보고 읭? 했는데, 한국과학문학상은 예사롭지 않은 제목을 좋아하ㄴ.... )

'찬기파랑가'는 신라의 화랑 '기파랑'을 찬양하는 향가다. 박해울 작가는 그가 정말 찬양받을 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들어 직접 조사에 나섰고, 의외로 '기파랑'이 의사라는 설을 발견하게 된다. 우상화된 존재의 실체는 사실 우리의 기대 바깥에 위치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소설 「기파」는 시작되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행간이 군더더기없이 꽉 채워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서사로 느껴졌는데, 실제로 박해울 작가가 이 작품을 무려 6년 동안 퇴고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 또한 이 작품의 완성도를 특별히 높이 평가했고, 정말이지 든든한 식사 한 끼같은 독서였다.... 밀도 높음....

덧붙여 표지 일러스트가 볼 때마다 경탄스러워서 책날개를 살펴보니 곽제니 작가님이셨다. 바로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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