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족보

구렁이 족보 ㅣ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우선, 어느 날 구렁이가 내 방에 들어와서 구렁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달라고 한다는 설정이 좋았다. 제목은 '족보'지만 사실 족보는 아니고(알 낳고 가버려서 부모도 모른 단다-_-), 구렁이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기록해 달라는 것. 이야기들 중에는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의 구렁이 관점에서의 재해석도 등장하는데, 생각해 보면 활 맞은 구렁이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보통 고전 같은 기존 텍스트 (다른 관점에서) '다시 읽기'는 책 읽을 만치 읽다가 나중에 접하곤 하는데('개미와 베짱이' 현대판 같은 건 해석의 확장이라기보다는 팍팍한 삶에 대한 농 섞인 자조 같은 거니까 예외로 치고) 어린 독자들이지만 이런 다른 관점, 재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전래동화를 통해 맛보는 것도 교육적 측면에서 꽤 좋을 듯하다.

'구렁이가 내 방에 들어왔다'는 설정 자체가 첫 만남의 긴장, 부모님께 들킬 뻔 하거나, 소방서에서 출동해서 위기에 처하거나 하는 어드벤처(?) 요소로 활용 돼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 다만 중심 이야기 외에 여러 갈래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너무 어린 아이들이 도움 없이 혼자 읽기엔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초등학생인데 '적패지(赤牌旨)' 같은 단어를 그대로 쓴 것도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