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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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단어사전에 ‘교감’의 의미를 찾아보면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는 너가 되어보고 너는 내가 되어보며 서로를 느낀다는 뜻이다. 그럼 이런 물음을 가질 수 있다. 하루에도 몇 십, 또는 몇 백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한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소통도, 이해, 교류도 아닌 교감 말이다. 감각하는 것.

그 답은 아마도 노우, 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거리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상대여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 평생을 교감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타인이 내 마음과 감각을 알게 된다니, 우리가 평생 홀로라는 씁쓸한 인정보다 마음 깊숙히 숨겨둔 감정들과 상처가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러나 <여우와 나>의 저자는 사람과 하기도 힘든 교감을 한 야생동물과 해낸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2M 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우에게 <어린왕자>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여우는 몇 분간 어린왕자의 비행기를 타고 캐서린의 마음속을 비행하다가 간다. 여우는 어떤 말도, 판단도, 위로도 하지 않는다. 그저 캐서린과 같이 황폐한 로키산맥의 일부로서 존재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를 평생 아프게 했던 상처는 서서히 치유의 과정을 밟는다. 여우를 통해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전달받기라도 한 듯 자신의 과거를 과거에 버려두고 나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 근래 오은영박사님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은영박사의 앞에서 다 큰 어른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어리광부리고 눈물 흘리고 절규한다. 그러면 오은영박사는 일단 그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다.

박사학위에서 오는 솔루션이나 치료는 그다음 순서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고 눈을 맞춰주고,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침묵을 지킨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진정 교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캐서린과 여우가 책 속에서 계속해왔던 것처럼말이다. 요근래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야박하게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딴 길로 새거나 버거울 것 같으면 대화를 회피하고 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척한다.

그 만큼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겠지만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나약하기 때문에, 언제 꺾여버릴지 모르는 갈대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상 속에서의 나는 어땠나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진정 교감을 하고 있었는지, 또 이기심에 빠져서 교감아닌 교류만 하고 있었는지 묻게 된 것이다. 자연은 이토록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여우와 나>는 이런 자연의 이종족인 우리에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 교감해보라는 조언을 넌지시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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