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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
한국일보 엮음 / 황소자리(Taurus) / 2022년 9월
평점 :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라는 에세이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눈여겨서 보았다.
이 책과 같은 컨셉으로 나왔던 책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읽으면서도 한국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업을 한국일보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우리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종종 만나지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아마 조금은 차갑고, 무뚝뚝하고, 사무적이라는 인상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사실은 얼마나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정서적으로 흔들리는지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글이다.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혼자 외롭게 죽음을 맞은 뒤 '음성'으로 판명난 어느 노인의 시신을 수습한 젊은 의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뛰쳐나가 펑펑 운다. 아버지에게 혼난 뒤 홧김에 농약을 마신 열다섯 살 소년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퇴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젊은 의사는 그 소년의 형을 설득해 입원실로 다시 올리고 손수 팔을 걷어 헌혈을 한다.그러고도 모자란 혈액을 구하기 위해 병원의 모든 의료진이 헌혈을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펑펑 울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는 김결희 선생님과 김영웅 선생님의 이야기도 특별했다.
의사와 환자, 환자와 의료진은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다. 그 거리를 좁혀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으로 수술을 받은 후 삶의 궤도를 되찾은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아, 이곳에선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나. 내가 가진 기술이 이렇게 귀중한 자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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