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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린다는 것 - 생명의 최전선을 지키는 의료진, 그들이 들려주는 내 인생의 환자!
엘렌 드 비세르 지음, 송연수 옮김 / 황소자리 / 2021년 1월
평점 :
"대부분의 의사들 마음속에는 자신이 떠나 보낸 환자들을 가슴에 묻어둔 묘지가 있다. 그건 어딜 가나 따라다니는 자신만의 낙인과도 같다."
책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외상외과 전문의 카림 브로히의 글 중 일부분이다. 그는 24년 전 자전거를 타다 트럭에 치여 자신의 병원으로 실려왔던 한 소녀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불과 20분 전 즐겁게 어디론가 가던 그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골반을 크게 다쳤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수술을 하기 직전 소녀는 카림 브로히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젊은 외과의사였던 그는 "그럼 괜찮지."라고 말하며 소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 복부를 열자마자 엄청난 피가 솟구쳤다. 의료진이 사력을 다해 혈액을 소녀의 몸에 넣었지만 이제 피는 눈과 입,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체리에이드 같은 피를 쏟아내던 소녀는 불과 45분만에 사망했다. 이 일은 카림 브로히를 충격에 빠뜨렸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현재 카림 브로히는 런던 로열병원에서 일하는 중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증외과의사다. 그는 의사생활을 하는 내내 이 소녀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의학지식이 알려주는 절차대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자신의 눈앞에서 허망하게 죽어간 소녀. 그는 소녀가 왜 죽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했고, 마침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냈다. 더불어 이 일은 그가 중증외상의로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는 말했다. 지금 그 소녀가 병원에 실려 온다면 확실히 생존할 수 있다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나는 장차 의사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고,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다. 80명 의료진이 들려주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읽으며 감동하고, 배우고, 공감했다.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도 자꾸 눈물이 난다.
행복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 속에 있다. 그리고 삶은 불멸이라는 환상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 작별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 그러기에 우리는 가능한 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며 살아야 한다. -58페이지
‘이게 삶이란 거구나.‘ 이 아름다운 날에,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버렸다. ... 그 순간 간담이 서늘하도록 깨달은 건, 이 우주의 무심함이 어쩌면 상징적일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한 사람이 죽은 현장에서도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16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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