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섯 번째 2월 29일
송경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 <지뢰진>의 작가 타카하시 츠토무는 시리즈 말미에 심장
이식을 받은 킬러 이야기를 그리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심장 아니면 뇌?" 그리고 2022년 <여섯 번째 2월 29일>의 저자 송경혁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죽이는 건 무엇일까? 총 아니면 말?"
우연히 습득한
권총으로 자신이 나온 불법촬영물을 찍고 공유한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주인공 현채. 성관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한 전 애인과, 영상을 최초로 유포한 또 다른 주인공 수현은 이렇게 항변한다. “고의는 아니었어”. 그들은 묻는다.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은 사건, 고작 ‘야동’ 하나 찍고 돌려 본 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이로 인해 계획에 없던 무고한 피해자 한 명을 포함하여 최소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채의 복수는 정당한가?
현채의 시간은
영상이 웹에 떠돌아다니는 걸 직접 목격한 순간부터 멈춘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대인기피증으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사회적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 된다. 꼭 총으로 사람을 쏴야만 살인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에 있는
뻔히 산 사람을 죽이는 말과 행위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시간을 만드는 행위는 과연 살인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세상이 벌해주지 않는 악당을 스스로 벌하는 건 과연 정당한가? 사뭇 건조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극명히 뇌리에 꽂힌다.
‘빨간 마후라’ 영상이 나돌던 시절이 3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은 어떻게 되었나. 그 방에 있었다던 수많은 사람들 중 처벌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몇이나 되나.
내 주변에서 선량한 시민의 얼굴을 한 악마들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을 것인가.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긴장 넘치는 스릴러를
이끌어 나가는 저자의 스타일리시한 문체는 두 말 할 나위가 없으며,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이라는 장치가 재미를 더한다. 비슷한 장르인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 흡사 비슷한 분위기면서도, 누구나 곱씹어볼 만한 사회적 이슈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읽은 후에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사람을 죽이는
건 무엇일까? 총 아니면 말? 객관식 문제의 답은 한 개가
아닐 때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