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가
지붕에 앉아 보름달(소보로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보였던 앨리스의 소보로빵.
알고보니 두 소녀가 아니라 엄마와 딸이었다.
앨리스의 소보로빵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보고 작가는 왜 하필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앨리스가 주인공이고, 앨리스가 좋아하는 빵이
소보로빵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금방 눈치채게 되었다.
마흔 다섯이었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 후 아빠가 엄마를 애타게 찾아
헤맨 후 겨우 낯선 도시의 장애인 시설에서
열 달 만에 엄마를 찾았으나 엄마는 겨우 일곱 살짜리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겨우 마흔 다섯 나이에 초로 치매에 걸린
엄마...
이 얼마나 기가 찰
일일까?
사랑하는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치매에 걸려 다른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가족들이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도,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없을 것이기에 참 슬프고도 힘든
일이리라
나또한 어릴 적 같이 살던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할머니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모습을 몇 년 동안 봐왔던지라 그 고통을 알고
있다.
아빠는 과일 장사하느라 바쁘고, 오빠는 틈만 나면 집을 비우려고 하는
철부지인지라 엄마를 보살피는 건 언제나
이제 겨우 열네 살 소녀인 주인공
두희이다.
이렇듯 일곱 살 엄마를 보살피는 두희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두희의 나이가 울 딸 또래인지라 책을 읽으며 우리 딸이라면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두희에게 달라진 엄마는 “함부로 떼어 낼 수 없는 커다란 혹” 같은
존재가 되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
이지만 이제 겨우 열네 살인 두희에겐 그 이름이 종종 무겁게
느껴지는데...
소보로빵을 보고 대화를 하는
엄마..
참 마음이 짠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에서도 치매에 걸린 엄마가 가슴이 아프다면 빨간 약을 가슴에 바르던 장면도
생각
났다.
어찌보면 여러가지 빵 중에서 소보로빵은 곰보빵으로 불릴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빵이 아닐까 싶다.
두희의 눈에 엄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오는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를 헤매는 것 같이 보인다.
엘리스가 꾼 꿈처럼 지금 자신의 현실도 그저 잠깐의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두희의 이야기에 참 마음이 아팠다.
두희는 “절망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라고 생각하며
커다란 아픔 속에서도 좋은 생각을 떠올리려
애쓰며,
때때로 눈물을 쏟기도 하지만 강단있게 엄마를 잘
보살핀다.
열네 살이 감당하기 얼마나 힘든 일일까.. 과연 내가 두희였다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두희의 친구 장미와 도운이도 저마다의 아픔을 이겨내고 제 몫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
으로 생각하는 의젓함이 느껴졌고,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