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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뭐예요? - Who am I?
김세준 지음, 김미진 그림 / 매직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제목이 참 독특한 책이다.
제목만으로도 아이돌 그룹 포미닛의 노래 '이름이 뭐예요?'가 생각나기도 하고, 표지에 나온 부제만 봐도 학창
시절에 배웠던 김춘수의 시인 '꽃' 도 생각이 났다.
그 노래는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반면 이 책 제목은 자신의 이름을 묻는 것이니 말이 안되는 문장같기도 하여서
참 재미있는 제목인 것 같다.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시 '꽃' 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고 노래한 것과 이 책의 앞 표지에 나온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주목받는
꽃이고 싶고 세상에는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나비와 세상을 여행하는 씨앗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아낸 동화같은
이야기로 자신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잡초일지 모른다는 씨앗의 불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의미의
일깨워주는 책으로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어른용 동화같은 느낌이다.
나비와 세상을 여행하는 씨앗의 모습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이쁘게 담아내고 있다.
비록 힘들고 평범하게 살아갈지라도 그 속에도 빛나는 순간과 보람된 순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요 근래
힘든 일이 많았던 내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씨앗은 나비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매미와 만나기도 하고, 하루살이, 물가의 어린나무, 화려한 장미꽃,
해바라기, 야생화 사과나무, 우리 안의 토끼 등을 만나 제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한낱 하찮은 사물일 수도 있는 생명체에도 모두 소중하고 많은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케치하듯 그려진 그림과 수채화가 묘하게 잘 어우러져있는 삽화가 참 이뻐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되었고, 나비나
하루살이 등 자연물은 제법 자세하게 묘사한 반면 사람은 주로 손만 표현한 이유가 뭘까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책 중간쯤 수록된 하루살이의 입장에서 표현한 하루 사용 매뉴얼은 조금 쌩뚱맞게 느껴졌지만,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일화를 통해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도 기쁨과 희망을 노래하는 착한 곤충들과 식물들을 만날 수 있어 자연이
주는 위대한 기다림과 희망과 겸손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