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언제 읽어도 짜릿하고 적당한 긴장감도 있어 흥미로운 것 같다.
기분이 우울하고 몸이 늘어질 때 추리소설을 읽으면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이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조금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들을 따라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이 때, 추리소설이 막연하게 허구를 다룬 이야기일 때보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담은 사실을 토대로
픽션이 가미되어 전개되는 이야기라면 더 소설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10월 12일은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었다.' 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사형집행인의 딸은 17세기 독일 바바리아
주의 숀가우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로 역사적인 사건과 로맨스를 적절하게 엮은 작품이다.
'사형집행인의 딸' 이라는 제목 때문에 사형집행인의 딸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막달레나의 이야기보다는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인 그녀의 아버지 야콥 퀴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고 있다.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의문의 소년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야콥 퀴슬.
여기서 영화에서나 봐왔던 사형집행인들에 얽힌 이야기와 중세시대 때 실제로 많이 자행되었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들이 얽혀있어 더 흥미진진했다.
'마녀사냥' 이라면 여고시절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준 잔다르크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우리에게 프랑스의 영웅으로 많이 알려진 잔다르크는 불과 16세 밖에 안되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벌어진 백년 전쟁에 출전해 눈부신 전과를 거두었지만 마녀로 낙인이 찍혀 화형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이후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도적인
현상으로 주로 연약한 여자나 소외층이 피해를 보았는데, 대다수 민중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마녀라는
이름의 희생양을 통해 대리해소하는 동시에 마녀를 따돌린 '우리 사회'는 안전하다는 만족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사회적 배제·통합기제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잔인한 것 같다.
아이들 세명이 죽었고 두명은 실종되었는데, 죽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어깨에 마녀의 상징 기호가 새겨져 있어
마을의 산파인 마르타 슈테흘린이 마녀로 지목을 당해 누명을 쓰고 갇히게 되고, 시의원들은 사건을 조용히 잠
재우려고 슈테흘린이 스스로 마녀임을 자백하게 하여 화형시키려 하자, 사형집행인인 야콥은 그녀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진짜 범인을 찾아나서게되고, 그녀의 딸인 막달레나를 사랑하는 청년 의사 지몬이 야콥을
돕게 된다.
저자인 올리퍼 푀치는 소설의 배경이 된 바바리아 주의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가의 후손이며, 의사인 지몬과 달리
야콥 퀴슬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이라고 하는데, 야콥을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대물림 되던 망나니나 백정,갖바치처럼
중세 시대에는 사람들에게 천하게 홀대받았던 최하층민인 사형집행인이지만, 의료 기술과 약초와 약물에 대해
박식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그리고 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그 시대에는 결코 이루어지기 힘들었지만, 막달레나를 사랑했던 지몬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지몬을 사랑하는
막달레나의 당돌함과 현명함이 애틋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뒷이야기로 '검은 수도사','거지왕','오염된 순례' 3편이 시리즈로 더 있다니, 그 내용도 궁금해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