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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로 눈길을 끈 살인자의 기억법.
그리고 뒷부분의 반전으로 더 놀라웠던 이야기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쪽)
전직 수의사였던 주인공 김병수는 올해 70세로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입니다. 그는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요.
그 기억을 조금이나마 잡아두기위해 수험생이 오답노트를 쓰듯 살인의 모든 과정과 느낌을 적은 일지를
쓰는 김병수. 그는 그렇게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입니다.
그가 살인을 하는 이유가 좀 섬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대요.
열여섯 살 때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죽인 것이 살인의 시작이었는데,
혼자할 수 있는 일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연루시킨 것이 후회되었다는 김병수.
우연일까요? 아버지가 죽은 나이에 살인을 멈춘 그.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김병수 앞에 아가씨들만 노리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과거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안 형사'도 등장하는대요..
그는 마지막 살인의 피해자의 딸을 입양하여 키우며 딸 은희를 위해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고,
그녀와 자신의 곁을 맴도는 그를 죽이려고 하지요.
살인자는 살인자를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놈은 혹시 은희를 노리고 있는 것일까. (25쪽)
어릴 적 입양한 딸 은희를 미심쩍은 놈의 살해 위험으로부터 지켜 내려 애를 씁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주인공 김병수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보니 그가 기억하는
일들이 앞뒤가 안 맞고, 중간중간 끊어지기도 해서'조금 혼란스러웠어요.
그가 기억하는 것들이 맞는지, 아니면 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치매환자는 보통 근래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된 일은 잘 기억한다고 하지요?
과연 그는 딸 은희를 살인자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가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저질렀다는 기억은 모두 다 사실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진심으로 원한 건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살려내고 싶었는지, 그냥 기억하지 못한 채로
기억을 죽이고 싶었는지 내심 궁금했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어찌 전개될지 내심 기대하며 읽어나갔는데, 마지막 결말에 긴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