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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백파선
이경희 지음 / 문이당 / 2013년 6월
평점 :
표지 속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뒷태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 불의 여신 백파선.
흔히 도자기 하면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가 유명해서 청자,백자 도자기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한데,
사기는 조금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듯합니다.
사실 나도 뚜렷하게는
알지못했는데, 사기는
여러 가지 흙을 혼합하여
1,300℃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사기그릇을 말하는
거라네요.
드라마를 즐겨보지는 않아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얼마 전 기사에서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가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라고 소개하는 것을 잠깐
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같은
인물이네요.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라 여기저기 찾아보니 백파선이란 인물은 조선 최초의 여자 사기장으로,
400년 전
자신이 만든 유약의 비법으로 만든 막사발로 일본을 매혹시킨
조선의 도공이라네요.
임진왜란 직후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반강제적으로 끌려가 아리타 영주의 가마에서 일하며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여자의 몸으로 사기장까지 올랐다 하니
남녀차별을 두던 시대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당찬여자인
것
같아요. 책에는 영주의
무사인 다다오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찡한 사랑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일본은 우리나라의 각종 문화재를
약탈하고, 장인들을 납치하다시피 데려가서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는
건 학창시절 역사시간에서도
배운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여자가 사기장이였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가 남편이 죽은 후 백파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긴 막사발을 찾아 오면 위자료를
주겠다는
시아버지가 제시한
제안에 백파선의 행적을 쫓아 가는 현재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백파선이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진주 송촌리 산막에서 가마식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탄
이야기가 연결되며 2개의 이야기가 액자구성으로
이어집니다.
교통이 아주 불편했을 당시에 진주에서 한달 열흘이나 걸려 일본에 도착한 여정이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비참하고
힘들었을지 너무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백파선은 낯선 일본 땅에서 남편마저 잃고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남편이 진주에서 힘들게 가져갔던 고향
진주의
흙으로 남편이 남긴 비법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유약의 비법으로 구워낸 조선 막사발로, 일본의 도자기 애호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되어 영주와
담판을 벌일 정도지요.
이런 당찬 여장부로서의 백파선도 영주의 무사 다다오와의
사랑에서는 사기장으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 사랑하는
모습도 읽을 수가 있었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줄 알면서도 서로를 원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찌
될까요?...
원하지 않았지만 일본으로 끌려가 도자기를 빚을 수 밖에 없었던 도공들의 힘든 삶과 그들의 혼을 느낄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