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좋아지는 마음은 반드시 언젠가는 옅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마음이 시들해진 쪽이 상대에게 쫓기게 되고,마음이 남아 있는 쪽은 이러쿵저러쿵 사랑을 이야기한다. 때마침 이번에 자기와 료스케의 경우에는 그것이 동시에 옅어졌을 뿐이고, 이번 사랑에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사람이 없다는 차이뿐이다.
(본문 294쪽)

어느 새 요시다 슈이치의 팬이 되버렸다. 그의 인간내면의 심리와 끝없이 펼쳐지는 배경묘사력에 반하여 잊을만하면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7월 24일거리] [악인]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밋밋함과 자신의 개성이 잘 내포되어 있는 그의 글이 참 좋다. 사실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은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이었다. 드라마만 보더라도 처음 몇 편으로 내용을 가늠하고 나면 시들해지곤 했다. 사랑이라는 것이 영원할 수 없고 우리가 겪는 사랑이라는 것이 다 고만고만 한 것이라고 여겨졌기에 큰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_사실 사랑의 전부를 안다고 거만함을 가진것일 수도 _ 

그런데,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이름모를 자신만만함이 시나브로 떨어져 나간다. 생각치 못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거나 혹은 예상을 뛰어 넘어 책 속에 푹 빠져버린 나를 발견하기에. 처음에는 그의 철저한 묘사력이 단점으로 부각되었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 들어 지금은 최대의 장점이 되었다.

책의 표지만 보아도 '아,연애소설이군.' 하고 예상이 가능하다. 하늘도 바다도 보이는 곳은 모두 잿빛이지만 풍경들은 조화를 이루고 있고, 등을 지고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남녀는 분명 말없이 그냥 앉아 있지만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잠시 나의 연애시절을 회상해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은 다음 책장을 넘겼다.

만남사이트에 가입해 메일을 통해 만난 두 사람. 료코와 료스케의 사랑은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료스케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두 남녀간의 관계에 대해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려는 듯. 철저하게 두 사람의 생활반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료코와 료스케의 답답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대화에서 오히려 사랑의 에너지를 느꼈다. 둘은 마음을 단어로 문장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막상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때문에 언어적으로 표현을 할 일이 생기자 더듬거리게 된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좋은 의미를 가진 단어를 가져다 붙여도 혹은 반대로 나쁜, 허무한 표현을 쓰더라도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고정적이지 않는 것이 사랑이므로. 료스케가 마리에게 헤어짐을 고하고 료쿄와의 사랑을 택한 것이 일종의 배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질 않았다. 이상했다. 나 또한 그처럼 료코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마리를 희생시키고 말았다. 어느 새에 그들의 사랑놀이터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과도하게 흥분을 하며 빠져들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속내를 일찍 드러내지 못하고 위기감을 느낀 후에야 둘은 대화하게 된다. 어쩌면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느껴질 찰나에 사랑을 이야기하고 등을 돌린 채 잠이 들기도 한다. 료스케와 료코가 함께 한 지난 여정들이 있었기에 해피엔딩이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다락방 -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서를  읽어보았다. 그것만이 가진 특징이 있다. 책을 덮은 후 딱히 기억에 남는 구절이 없어서 느끼는 약간의 좌절감이다.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건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해보면 그 책은 참 고마운 교과서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마치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다른것 처럼 내용을 알기 전에는 무언가 획기적인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 같지만 막상 알고나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다시 집어 들게 만드는 것 또한 자기계발서의 특성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자기계발서는 조금은 달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안다면 머릿속에서 아주 자세하게 마치 이미 그렇게 된 것처럼 상상만 하라니. 처음에는 무슨 사이비종교집단의 교주가 떠벌인 이야기같아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믿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실제경험담이 화두가 되자 의외로 점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정말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문장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틀은 제공하되 성공을 이루어나가는 방식은 독자개인의 성향에 맞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전체 분량의 중반이 지날때까지도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기본법칙만 거듭 강조할 뿐_물론 쉴새없이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도 함께_자세한 방법은 언급되질 않았다. 긍정적으로 꿈을 꾸면 기적적인 일도 일어날 수가 있고 반대의 경우는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하면서 상상을 하되 반드시 꿈을 이루어 행복한 자신의 모습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시시하게만 생각했던 자기계발서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작가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이유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방법론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더불어 독자의 실천의지를 이끌어내서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가히 가볍다고만 할 수 없는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한다. 이제는 금액에 비례하는 또는 그것을 뛰어넘는 기대감을 조금 줄이는 대신 책을 읽고 난 후 달라질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얘야, 네 인생을 만족시킬 단 한사람은 너 자신뿐이란다. 네 엄마와 나 또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우리를 기쁘게 만들려 하지 말거라. 네가 생각할 것은 오직 너 자신에게만 질문하고 대답하는 일이다." (본문 79쪽)

 책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당연 도서관이다. 우리는 책을 읽거나 자료들을 찾기 위해 그 곳을 이용한다. 흔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르는 것일 뿐이라고 하듯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도서관이 우리를 언제나 반겨주기에 책냄새를 맡기 위해 그 곳에 간다.

  언젠가 엉뚱하게도 시립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을 개인이 운영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일이 그렇게 되면 시립도서관이 아니라 그냥 누구누구의 도서관이 될테고 입장료도 비싸겠구나 하는 것에서 끝내고 말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일을 해내는 사람이 나올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는 전업주부다. 매일을 하루같이 육아와 가사로 모든 시간을 보낸다. 그날이 그날인 일상을 살아가면서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와 짜증을 분출시킬 데가 없어 결혼생활이 나에게 얼마나 맞지 않는 것인가, 왜 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항상 불편하고 불행한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곰곰 생각을 한 끝에 딸아이를 가졌을 때 태교로 열심히 했었던 십자수를 떠올리게 되었고 더불어 도닦는 심정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학창시절 이후 책과 다시 만났다.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암울의 시기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나와 내가 포함되있는 주변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으며 책 속에 끝없이 펼쳐진 천국으로 발디딤 할 수 있었으니.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항상 노력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보니 책읽기 자체의 행복감외에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철없던 시절에 어두운 정보에 의해 길게 이어질 수 없었던 도서관에 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결국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같은 도서관 지기가 나타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존 우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의 중역이다. 매일 기계적으로 수익을 위한 결과치에만 열정을 쏟고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그가 우연히 떠난 장기휴가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어찌 생각하면 그가 여행을 가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보통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따라 오지까지 가는 것은 드문 일인데 그 하나의 에피소드가 인생을 바꿔 버릴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정말 많은 일들을 이루어냈다. 텅빈 도서관을 책으로 가득 채워주고 학교를 지었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후원이 이루어 지도록 세계를 누비며 활동을 했다.

좋은 일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의 열정적이고 애정이 담긴 전자메일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기를 원하고 또다시 다른 이에게 동참하여 주기를 호소했다. 겉으로 꼭 드러내지는 않지만 _ 그럴 기회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_ 우리의 가슴 한켠에는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럴듯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일들을 함께 한다면 그 자체가 큰 도움의 손길이 된다. 
  존 우드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실천에 있다. 정확히 열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더이상의 구체적 계획이나 실천의지는 적은 것이다. 늘 핑계를 대고 내 삶 속으로 뛰어 들어가기 바쁜 세상, 나는 거기에서 한 발짝쯤 빠져나와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그의 사업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있다. 바로 엄마 될 사람이 배워야 한다 인데 이것이야 말로 장기적인 안목으로서 미래를 위한 참교육 실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이라고 생각한다. 여학생들이 교육의 경험을 가짐으로서 후대의 자손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전달케 하려는 것이다. 과연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을 할 만 하다.
  이윤기님의 소설 [진홍글씨]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남성들은 권위적일 것만 아니라 여성이 가진 우월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인생가치를 높게 생각하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해질 수 있는 부분은 서로 노력하에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늘 나라가 잘되려면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는 가장 반가운 대목이었다.

  비록 책읽기를 좋아하고 수불석권을 삶의 행복으로 여기고 사는 소리없는 독자에 불과하지만 그 일에 매진하는 것이 그의 열정에 작은 보탬을 주는 거라고 믿는다.  이 참에 실천의지를 불태워 그의 사업에 동참을 해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사랑 2008-10-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룸투리드가 제 심장을 건드려 이것저것 벌리며 관련된 글을 검색하다 오게되었습니다.
아직 룸투리드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방문해 주세요~
 
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카운셀러가 되고 싶어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다. 인간심리에 대해서 잘 알아야 상담을 해 줄것이 아닌가. 어떤방법으로 무슨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정말로 꿈같은 일이 되어 버렸지만, 내 생활반경 내에서 벌어지는 누군가의 작은일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참견 -또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프로이트라는 사람이 심리학자인지 철학자인지도 확실히 몰랐던 내가 그런 야심찬 - 실제로는 무모한 - 꿈을 꾸게 된것도 심리학적 측정을 이용하여 분석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사실 저자가 프로마술사의 경력이 있음은 책을 음미하는데 그다지 상관이 없다. 나에게는 그랬다.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각주까지- 심리학적 실험에 충실하였고 순수한 의도로 독자를 매혹시키기에 성공한 책이다.

사전찾기를 통하여 '심리학적 측정'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참으로 흥미로웠다. 단지 엉뚱한 상상일뿐이겠거니 했던 심리학자들의 많은 실험들이 그에 속한다. 실험적 방법과 검사법, 평정법, 정신물리적 측정법 그리고 덧붙여 몰래 녹화까지.

본문64쪽
 자기감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심을 갖는 편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춤으로써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조작하는 데 뛰어나다.....

나는 이 실험에서 자기감찰수준이 높다고 나왔다. 즉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으로. 얼추 맞다고 인정하므로 뜨끔했다. 그런데, 현재로는 이 결과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것이 싫어서 점차적으로 자신을 순화해가고 있다. 순화라는 단어가 적잘한 단어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단편소설이라면 모를까 조각난 에피소드의 나열은 나의 독서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전 읽다가 포기해버린 [신도버린 사람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도대체 본론은 언제 시작하는지 지루한 에피소드의 나열만을 일삼는데 지쳐버려서 과감하게 책장을 덮어버렸는데 이 책은 달랐다. 

우리의 생활전반에 걸친 다양한 실험들에 놀랐으며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실험대상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흥분된다. 특히 거짓말과 진실을 감별해내는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 정답과 이유를 알아 맞히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사실 조금은 우쭐했는지도. 이런 나의 심리도 어떤 명제에 대한 분석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다' 내지는 '기발하다' '엉뚱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실험들이 있는 반면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다.'싶은 것도 있었다. 또한 '아, 정말 그럴까? '하는 좀더 파고들고 싶어지는 실험도 있었다. 바로 밀그램의 실험인데 6단계만 거치면 과연 아는 사이가 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주부라서 인맥이 넓지 못한 나의 경우는 그렇다하더라도 모두에게 적용해도 과연 그럴것인가가 궁금하다. 전에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에 대해 미국의 한 영화배우가 책을 냈다고 들었다. 그 책과 이 실험과의 연관성도 궁금해진다.

나는 나름대로 엉뚱하고 의심이 많은, 때로는 엽기적이고 별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으면서 괴짜심리실험팀의 일원이 되어 심리적 쾌감을 맛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힐링 다이어리 - 나를 변화시키는 1%의 비밀
샌디 그레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꽃삽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보통의 경우 일기쓰기의 시작은 선생님과의 말도 안되는 소통이다. 지금도 그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다.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자유스러워야 할 나만의 공간을 선생님의 붉은색 싸이펜 싸인을 받기 위해서 내줄 수 밖에 없는건지 아직도 불만이다. 과연 어휘력 향상의 효과를 얼마나 완벽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이런식으로 일기에 대한 첫인상은 구속 그 자체이다. 특별히 쓸 이야기도 없는 그냥 보통의 날인데 선생님께 보이기 위해서 뭔가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거짓일기를 쓴적도,  미뤘다가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부작용을 겪은 경험도 했을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일기의 부정적인 일면을 너무 드러냈는데 잘 알다시피 장점도 많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만한.
샌디 그레이슨은 그 점들을 십분 활용하여 억눌렸던 마음속에서 어둠을 걷어내고 찬란한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을 혼자서만 가지려 하지 않고 워크샵에서의 강의를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있다. 스스로를 광팬이라고 칭하며 일기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길다면 긴 이야기를 펼쳐낸 사람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형식이 없어 자유롭기에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던 글쓰기, 일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치유.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치유 _영어로는 힐링_라는 말이 널리 알려진 편인데 얼마나 좋은 말인가. 고상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말. 특히 웰빙의 트렌드에 맞추어 다방면에 적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아직은 뜬구름 잡듯이 치유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해서 지식이 없으므로 그저 멋져보이기만 할 뿐이다. 샌디, 그녀는 치유작가이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일기라는 것을 멀리했다. 소소한 일상들을 굳이 글로 남겨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해야할까. 이제는 검사 받아야 할 강제적인 글쓰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구가 눈앞에 뻔히 보임에도 열고 나가지 않고 그냥 머물러 버렸다고 해야할까. 자유로운 형식이 주는 글쓰기이기에 너무 간과하고 넘겼던 것 같다.
나도 그녀의 치유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열심회원이 된다면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 거려보는데 진짜로 그 속에 들어가기는 싫다.

책 속에서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일기쓰기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끈임없이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리스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조언하면서 융통성 있는 일기를 쓰라고 강조한다.

 
본문 45쪽

 그러나 거대한 가능성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일기는 자신이 꿈꿔온 삶을 그릴 수 있는 텅 빈 도화지다.
 
실제로 나는 그녀의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 많은 분량의 글은 아니지만 다이어리를 나만의 장소에 숨겨두고 속얘기를 차근차근, 때로는 폭발할 듯이 써나가고 있으며 그런 활동을 통해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때로는 남편에게 일기장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누구든 보더라도 모른척,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라는 문구를 적어 두었다. 융통성과 나만의 규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속에 있는 생각꾸러미들을 풀어서 흩어놓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일기속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고 생활속에서 생각을 하고 다음 일기를 쓸 때 또 생각과 질문하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문제해결과 자아발견, 성장을 이루게 된다. 

몹시 화나는 일을 겪었을 때, 누군가에게 _ 경청해주고 맞장구를 잘 쳐주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 _ 털어놓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것 처럼 일기는 모든 것을 수용한다.일기를 써내려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잦아들고 평온을 되찾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자신의 과거를 정화한다고 표현했는데 다양한 감정들을 일기장에 터놓고 적는 훈련을 하라고 말한다.

책 속에 좋은 글들이 넘쳐 나지만 가장 기억에 와닿은 문구는 첫 장을 넘기면 나온다.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해답은 자기 안에 있다.
머리를 잊어버리고 가슴을 따르라.

결국은 일기쓰기를 도구 삼아서 스스로 정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그녀가 강조하는 점이다.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