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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카운셀러가 되고 싶어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다. 인간심리에 대해서 잘 알아야 상담을 해 줄것이 아닌가. 어떤방법으로 무슨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정말로 꿈같은 일이 되어 버렸지만, 내 생활반경 내에서 벌어지는 누군가의 작은일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참견 -또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프로이트라는 사람이 심리학자인지 철학자인지도 확실히 몰랐던 내가 그런 야심찬 - 실제로는 무모한 - 꿈을 꾸게 된것도 심리학적 측정을 이용하여 분석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사실 저자가 프로마술사의 경력이 있음은 책을 음미하는데 그다지 상관이 없다. 나에게는 그랬다.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각주까지- 심리학적 실험에 충실하였고 순수한 의도로 독자를 매혹시키기에 성공한 책이다.
사전찾기를 통하여 '심리학적 측정'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참으로 흥미로웠다. 단지 엉뚱한 상상일뿐이겠거니 했던 심리학자들의 많은 실험들이 그에 속한다. 실험적 방법과 검사법, 평정법, 정신물리적 측정법 그리고 덧붙여 몰래 녹화까지.
본문64쪽
자기감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심을 갖는 편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춤으로써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조작하는 데 뛰어나다.....
나는 이 실험에서 자기감찰수준이 높다고 나왔다. 즉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으로. 얼추 맞다고 인정하므로 뜨끔했다. 그런데, 현재로는 이 결과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것이 싫어서 점차적으로 자신을 순화해가고 있다. 순화라는 단어가 적잘한 단어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단편소설이라면 모를까 조각난 에피소드의 나열은 나의 독서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전 읽다가 포기해버린 [신도버린 사람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도대체 본론은 언제 시작하는지 지루한 에피소드의 나열만을 일삼는데 지쳐버려서 과감하게 책장을 덮어버렸는데 이 책은 달랐다.
우리의 생활전반에 걸친 다양한 실험들에 놀랐으며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실험대상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흥분된다. 특히 거짓말과 진실을 감별해내는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 정답과 이유를 알아 맞히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사실 조금은 우쭐했는지도. 이런 나의 심리도 어떤 명제에 대한 분석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다' 내지는 '기발하다' '엉뚱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실험들이 있는 반면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다.'싶은 것도 있었다. 또한 '아, 정말 그럴까? '하는 좀더 파고들고 싶어지는 실험도 있었다. 바로 밀그램의 실험인데 6단계만 거치면 과연 아는 사이가 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주부라서 인맥이 넓지 못한 나의 경우는 그렇다하더라도 모두에게 적용해도 과연 그럴것인가가 궁금하다. 전에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에 대해 미국의 한 영화배우가 책을 냈다고 들었다. 그 책과 이 실험과의 연관성도 궁금해진다.
나는 나름대로 엉뚱하고 의심이 많은, 때로는 엽기적이고 별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으면서 괴짜심리실험팀의 일원이 되어 심리적 쾌감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