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다이어리 - 나를 변화시키는 1%의 비밀
샌디 그레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꽃삽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보통의 경우 일기쓰기의 시작은 선생님과의 말도 안되는 소통이다. 지금도 그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다.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자유스러워야 할 나만의 공간을 선생님의 붉은색 싸이펜 싸인을 받기 위해서 내줄 수 밖에 없는건지 아직도 불만이다. 과연 어휘력 향상의 효과를 얼마나 완벽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이런식으로 일기에 대한 첫인상은 구속 그 자체이다. 특별히 쓸 이야기도 없는 그냥 보통의 날인데 선생님께 보이기 위해서 뭔가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거짓일기를 쓴적도,  미뤘다가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부작용을 겪은 경험도 했을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일기의 부정적인 일면을 너무 드러냈는데 잘 알다시피 장점도 많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만한.
샌디 그레이슨은 그 점들을 십분 활용하여 억눌렸던 마음속에서 어둠을 걷어내고 찬란한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을 혼자서만 가지려 하지 않고 워크샵에서의 강의를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있다. 스스로를 광팬이라고 칭하며 일기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길다면 긴 이야기를 펼쳐낸 사람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형식이 없어 자유롭기에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던 글쓰기, 일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치유.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치유 _영어로는 힐링_라는 말이 널리 알려진 편인데 얼마나 좋은 말인가. 고상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말. 특히 웰빙의 트렌드에 맞추어 다방면에 적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아직은 뜬구름 잡듯이 치유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해서 지식이 없으므로 그저 멋져보이기만 할 뿐이다. 샌디, 그녀는 치유작가이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일기라는 것을 멀리했다. 소소한 일상들을 굳이 글로 남겨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해야할까. 이제는 검사 받아야 할 강제적인 글쓰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구가 눈앞에 뻔히 보임에도 열고 나가지 않고 그냥 머물러 버렸다고 해야할까. 자유로운 형식이 주는 글쓰기이기에 너무 간과하고 넘겼던 것 같다.
나도 그녀의 치유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열심회원이 된다면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 거려보는데 진짜로 그 속에 들어가기는 싫다.

책 속에서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일기쓰기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끈임없이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리스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조언하면서 융통성 있는 일기를 쓰라고 강조한다.

 
본문 45쪽

 그러나 거대한 가능성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일기는 자신이 꿈꿔온 삶을 그릴 수 있는 텅 빈 도화지다.
 
실제로 나는 그녀의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 많은 분량의 글은 아니지만 다이어리를 나만의 장소에 숨겨두고 속얘기를 차근차근, 때로는 폭발할 듯이 써나가고 있으며 그런 활동을 통해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때로는 남편에게 일기장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누구든 보더라도 모른척,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라는 문구를 적어 두었다. 융통성과 나만의 규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속에 있는 생각꾸러미들을 풀어서 흩어놓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일기속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고 생활속에서 생각을 하고 다음 일기를 쓸 때 또 생각과 질문하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문제해결과 자아발견, 성장을 이루게 된다. 

몹시 화나는 일을 겪었을 때, 누군가에게 _ 경청해주고 맞장구를 잘 쳐주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 _ 털어놓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것 처럼 일기는 모든 것을 수용한다.일기를 써내려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잦아들고 평온을 되찾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자신의 과거를 정화한다고 표현했는데 다양한 감정들을 일기장에 터놓고 적는 훈련을 하라고 말한다.

책 속에 좋은 글들이 넘쳐 나지만 가장 기억에 와닿은 문구는 첫 장을 넘기면 나온다.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해답은 자기 안에 있다.
머리를 잊어버리고 가슴을 따르라.

결국은 일기쓰기를 도구 삼아서 스스로 정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그녀가 강조하는 점이다.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