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 권지안 에세이
권지안(솔비) 지음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열린 마음, 열린 생각.

책이나 건물 벽면, 이런저런 곳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그만큼 우리들은 뭔가 열려있지 않은가 보다.


오랜만에 에세이 한 권을 다 읽었다.

10대는 잘 모르는, 20대는 알까? 가수, 방송인으로 많이 알려진 솔비. 본명 권지안.

가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 대중에서 알려졌다. 그런 솔비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니 해외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

궁금했다. 잊을 만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건을 만드는 연예인의 한 사람쯤으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화가로, 예술가로 변신하게 되었는지.

그런 연예인이자 화가인 솔비가 책을 냈다. 제목도 호기심 많은 사람답다.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타인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내가, 그것도 매일 궁금하다고?


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몇 천 년 전 전에도 지금도 하는 질문이다. 철학이나 심리, 종교 여러 분야에서 묻고 묻는 질문.

도대체 나는 누구이길래 이런 세상에 살고 있고 이런 일을 하며 고난의 길을 걷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며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목말라한다.

 

작가 권지안의 언어는 다른 뉘앙스가 풍긴다.

내가 나를 다 알지 못하니까 그런 나를 알아가고 싶고 발견하는 즐거움의 호기심이 섞여 있다.


 정신적 지도자, 존경받고 인정받는 종교 지도자, 유명한 구도자들이 쓴 책을 꾸준히 읽었다. 자기 계발서도 즐겨 읽으며 좋은 건 적용한다.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고 덕망 있고 인격이 훌륭한 분들의 책을 읽으면 필사하고 줄을 긋는다. 공감이 가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권지안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은 줄이 앞서 찾아 읽은 분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우리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에 상처 입지만, 다른 누군가 따스하게 잡아주는 손길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존재들이다. 그게 어렵더라도 스스로의 손을 마주 잡아줄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달으니, 하루 한 번의 칭찬이면 '더 괜찮은 나'를 완성할 수 있는데 그 쉬운 일 하나를 못해서 긴 시간 아파야 했나 싶었다. 그때부터 아침에 세수하면서 매일 한 번씩 나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해 주는 습관을 만들었다. p.31


나다운 것이 뭔데?

  

시간이 꽤 흐르고 돌이켜보니 그때의 솔직함이 때론 무례함으로, 때론 천방지축의 철없는 모습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다우면 되는 거라고 여겼는데, 나다운 것을 좋게 포장하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했다.

 내가 자만했다. 나를 잘 안다고 자만하고, 나는 괜찮다고 자만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한느 사이에 나는 누더기 같은 마음을 가진 못난이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직 치료 시기를 완전히 놓친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시작한 것이 미술 치료였다. p.33~34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고 성취를 이룬다. 왜곡되고 편집된 일들이 사건이 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대중에 의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연예인, 화가가 되어 있다. 좌절하고 상처 입으며 죽어가는 자신을 만나고 일으키며 발견하는 과정의 글들이 진실되고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아갈 거야

 사실 나도 꿈을 이루는 지름길 같은 건 모른다. 다만 언제 어느 때에도 당당하게 꿈을 말하고, 나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에 고개를 꼿꼿하게 세운다. 그다음에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욕망을 절제하려고 한다. 누구나 흔들릴 수 있다. 쉬운 길을 찾거나 작은 꼼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길을 되돌아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꿈의 외면이 아니라 꿈의 내면을 늘 상기해야 한다그 과정은 지루하고 때로는 답답하겠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은 그 안에 담겨 있다. p.223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잘 모르면서, 진지하게 관찰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자기를 막 대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남과 같은 모습이 되려고 애쓴다. 그렇게 자신이라는 최고의 친구를 잃는다. 늘 스스로를 궁금해야 한다.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스스로를 궁금해야 한다.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라는 존재와 화해하고 협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p.225


 한국 사람 중에 치열하게 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너무 열심히 산다고 바빠서 자신이 너덜너덜 해지는 것을 모르다 몸은 병이 들고 정신적 문제를 직면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지금은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나 일반인이나 모두가 마녀사냥의 먹잇감이다. 그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정신줄 붙잡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사람(어른이라 표현할 수 없는)들이 있다.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꼰대라고 비웃으며 말하는 사람들도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는 것이니 모두 비슷한 모양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나이와 경력, 직업을 넘어 배울 점이 많았다.

열린 마음, 열린 생각으로 읽어보기를 바란다.


 자신을 매일 궁금해하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넘어지며 성장한 작가(예술가) 권지안을 만난다.

사회의 피해자 입장에서 용감하게 맞서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자신을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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