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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평점 :
하늘색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하늘빛의 표지가 눈에 확 띄었다.
달려라 돌콩의 글씨체도 귀여우면서도 유치하지 않아 맘에 쏙 들었다.
그러구선 바로 책을 돌려 뒷표지의 글을 읽는데,
처음엔 기수의 꿈을 향해 달릴거야! 를
가수의 꿈을 향해 달릴거야! 로 잘못 읽고 코웃음을 쳤더랬다.
'아주아주 아이돌이 뜨더니 청소년 문학까지 가수구나 가수
아이고 뻔하겠다' 싶었으나..
가수가 아닌 기수였다. 말을 타는 기수.
워낙 생소한 분야고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어서 호기심에 차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은 액션 장면으로 시작한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는 오공일,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학교 친구들의 폭력에
계란배달차를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그로인해 학교를 자퇴한 우공일
어른들의 이혼과 재혼으로
복잡한 집안 사정들,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무엇이 되어야 할지 무얼 원하는 지도 모호한 자아감.
무수한 빚만 남기고 전봇대를 끌어안고 죽은 아버지.
그렇게 불행한 조건만 대롱대롱 잔뜩 매단 그는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두질 못하다가
우공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에게 위안을 받는다.
누구에게도 등을 허락하지 않던 우공일이 자신에게 등을 내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우공일.
그러다 그는 기수의 충족요건이 작은 키라는 것을 알게되고
기수의 꿈을 꾸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상이 그려졌다.
액션영화 같기도 하고 드라마 같기도 한 그런 영상들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기분.
그 정도로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다.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불행한 가정사를 담담히 풀어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가 끌어안고 죽은 그 전봇대를 보면 언제나 오줌을 지리거나 마려워하던 공일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전봇대를 봐도 오줌이 마렵지 않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로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든 부분이
억지 슬픔이나 감동을 지어낸 것 같지 않고
실제인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아쉬운 것은, 학교폭력에 시달리게 된 연유가 그저 작은 몸집때문에 밉보인 것 같지는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증.
웃거나 우는 소리를 '후후훗, 으흐흑' 같이 표현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도민이가 축구를 관두는 부분도 왜인지가 궁금하고,
채찍을 왜 공일이에게 준 건지도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찌보면 이런 궁금증을 남기고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은 아닐까 싶다.
언젠가 몽골에 가서 말을 타고 신나게 초원을 달리고 싶은 내게는 말에 대해
기수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때문에 더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돌콩을 찾아 먹어봐야겠다. 듣도 보도 맛보지도 못했으니 무척 궁금해졌다.
돈을 모아 몽골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난 키가 크므로...)
제주마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공일이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