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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그대로 '마녀 프레임'에 관한 책이다.
프레임 이론은 특정 대상을 제시하는 방식이 우리가 취하는 선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지 설명하며,
우리의 선택은 프레임에 따를 뿐 이성에 준하지 않는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을 바탕으로 마녀사냥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데올로기와
그를 뒷받침하던 근대 매체의 등장(인쇄술)과 시대상황을 설명하는 책이다.
14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서양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에 대한 글이
현 시대에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근대 국가를 지탱하는 논리 자체가
마녀사냥을 만든 프레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빨갱이 사냥','황우석 박사 사건','천안함 침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질병이 일어남으로 인한
'중세적 세계관의 붕괴' 라는 혼란을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그 탓을 '마녀'의 탓으로 돌려
결국 20만-40만 여성의 처형으로 이어졌던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었다.
마녀사냥은 '공동체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왜 단순히 마법사가 아닌 '여성'만을 중심으로 마녀를 색출했을까.
마법사라는 정의에 존재하지 않았던 섹슈얼리티는 왜 추가된걸까.
마녀를 색출하고 처형하기 까지, 그 판별과
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지는 얘기들은 흥미를 돋군다.
마녀사냥은 중세 가톨릭 교회와 신앙심이 맞이한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이며
여인들이 자신이 마녀라고 고백하는 '회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일이 많았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마음'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므로 별다른 근거도 필요없이 마녀를 처형시킬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녀'인지 아닌지도 '마음'을 통한 것이므로 뚜렷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신이 마녀라고 고백한 뒤 처형당한 여인들은
자신은 마녀일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증명된 이론이 아닌 '믿음을 위해 재구성한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마녀사냥에 사용되었던 마녀이론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마녀사냥'은 단순히 질서를 지켜 살아오던 중세시대 사람들의 혼란으로 인한
두려움이었다기 보다는 매력적인 하나의 사이비종교처럼 느껴졌다.
특히 37페이지에 나오는 '마녀의 연회' 라는 것이 그렇다.
악마들과 마녀들이 벌이는 질펀한 파티. 성서에 침을 뱉고 악마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마녀들.
예수와 탄생과는 달리 섹스의 화신으로서 치명적인 성적 매력을 뿜어내는 마녀들.
이런 이미지와 이론을 조금만 들어보았더라도.
마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이 이론에 대한
폭팔적인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거라 느꼈다.
즉, 대중의 자발적인 호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70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강제나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 복종이다.
107-108
마녀사냥은 우리에게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주장처럼
합리성이라는 것이 사고의 양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합리성을 구성하는 이데올로기가 문제이다.
잘못된 전제 위에서 구성되는 합리성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라는 부분에서 난 이 책에서 우리들이 느껴야 할 중요한 점이 들어있다고 보았다.
새로운 형태의 마녀사냥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잘못된 합리성을 다시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