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 운동사 -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역사
한윤형 지음 / 텍스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아마도 2002년, 당시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던 김정란 시인의 홈페이지에서 주인과 방문객들이 함께 채팅을 하고 있었다. 채팅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나는 시인에게 농반진반으로 "저한테 잘 보이셔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제일 어리니까, 이 운동은 제가 기록하는 대로 남게 될 테니까요"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인은 웃으면서 "아흐리만은 너무 재기발랄해서 기록자로서 적절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한윤형,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 텍스트, 2009, 49~50쪽
  

 요새 바쁜일이 있어서 책을 안 집으려고 했는데 손과 눈이 근질근질 거리니 안집을 수도 없고, 또 책을 시켰는데 왔으니 안 읽는 것도 그래서 안티조선 운동사를 읽어봤다. 개인적으로 안티조선에 대해서 아는 부분은 없고 들어 본적도 없다. 그래도 저자의 예전 책들을 읽어보고 공감도 많이 가기도 했고, 재미도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고 한권 구입해서 봤는데 이번 결과물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안티조선 운동사는 제목에서도 알수있듯이 조선일보의 최장집 사상검증으로 촉발된 언론운동에 대한 이야기로서 저자는 '1부 맥락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예비 학습'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김영삼정부까지있었던 언론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언론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2부 안티조선 운동의 탄생'에서 안티조선이 시작한 배경과 성립한 과정을, '3부 안티조선 운동의 성장'에서는 안티조선 운동이 김대중정부 당시 있었던 언론사 세무조사등으로 인한 성장과 안티조선의 활동을 '4부 혼란에 빠진 안티조선 운동'에서는 '민주당 지지'와 '노무현 지지'로 인한 안티조선의 분열을, '5부 관성에 젖은 안티조선 운동'에서는 참여정부와 당시 언론에 대한 분석을, '6부 안티조선, 그 이후'에서는 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얘기와 이명박정부의 언론관 그리고 삼성으로 대변되는 자본권력에 대한 진보언론들의 태도등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외전격인 '잊혀진 이야기'에서는 그 당시 안티조선이나 사회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는 생각을 한다.(요새 학개론이나 민법같은 책을 잡고 산다고 해서 내가 이런 소릴 하는 것은 아니다.)대개 이렇게 하나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특히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좀 지루한 면이 있을 수가 있는데 "되도록 쉽게, 장르 소설처럼 서술하려고 했다"(P.248)는 저자의 얘기처럼 하나의 소설을 읽듯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었다. 최장집 사상검증 사건 이후에 '인물과 사상' 홈페이지에 나타난 이한우와 안티조선 전사들(?)의 대결(?)부분(P.107~P.118)과 '잊혀진 이야기14:안티조선 논객열전-변희재'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특히 변희재편에서는 내가 그냥 흘려들은 얘기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 해야만했다.(좌파가 영혼을 팔 악마는 조선일보다.)이 책을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글을 쓰려고 한 저자의 의도가 상당히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서 좋은 점은 하나의 입장에서만 서술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반한나라당, 반조선일보 담론에 매몰되어 무작정 반대만을 외친 안티조선과 진보세력반대에만 급급해서 합리적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10년과 ABR(Anything But Roh), 그리고 친북좌빨등의 정치적 수사에 매몰된 조중동의 치킨게임에 대해서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치킨게임은 아직도 진행되는 듯 한데, 이 책은 그렇게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패는 낙담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실패는 우리를 더욱 강하고, 유연하며, 현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제레미 리프킨(유러피안 드림 중에서)

 저자는 안티조선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결과물이 낙담의 결과물은 아니다. 아마 그것은 (김정란 시인이 얘기 한 것처럼)저자의 재기발랄한 모습 때문 일수도 있고, 추천사에서 나오듯이 '성공을 위한 새로운 출정 선언'일수도 있다. 이 결과물은 조선일보 반대자들의 비판기조를  더욱 강하고, 유연하며,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이 결과물을 읽어 봤을까? 그리고 만약에 읽었다면 지금은 어떤 평가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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