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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땅끝으로 - 로마에서 산티아고 3,018km 순례길
정양권 지음 / 선한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모 TV방송의 스페인 하숙집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순례길 중간에 순례자들에게 음식과 숙박을 제공해주는 시설을 알베르게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걸 재치있게 하숙집이라고 붙여서 찰떡같은 제목이 되었다.
도대체 수백~수천킬로미터나 되는 머나먼 이국땅을 왜 찾아가 걷는 것일까? 그것도 차를 타는것도 아니고 걸어서 말이다.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세상에서 땅끝으로』라는 책이 하나의 의견과 감상이 되어줄 수는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순례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약 120종의 책이 쏟아진다. 그 가운데 이 책은 필자가 보기에 두가지 차별점이 있었다. 첫째는 2021년 8월에 출간된, 가장 신간 서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는 출발지가 로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하는 800km 여정이다.
반면, 이 책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페인을 아우르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3,018km 여정을 기록했다. 87일만에 걸어서 완주했다고 하니, 하루에 35km 씩 꼬박 걸은 셈이다. 처음 가보는 길일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선 운동안한 30대라며 겸손을 보이지만, 저자는 세계 70여개국을 다녔고 하이킹과 트레킹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필자에게도 이 책은 두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책이다. 처음 책에도 왜 순례길을 갔는지, 갔다와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느낀 바 있다. 『세상에서 땅끝으로』 책에는 그러한 동기와 감상이 제시되어 있긴 하다. 다만, 필자가 잘 이해를 못했을 뿐이다. 북한선교에 관심이 있었고, 사진작가이자 여행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했다. 그런데 다녀온 다음에 결론은 다소 엉뚱하게도 선교사를 할 재목이 아니라는 거였다. 다만, 하나님이 부르는 바에 의해, 현재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선교사의 일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는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두권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왜 가는지, 갔다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기독교와 성경 이야기에도 익숙치 않아,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사진 구경만 했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다만 정서적 공통점을 약간은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필자는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고싶은 열망이 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자전거를 좋아하다 보니 태어난 내 나라를 두 발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보고 싶은 마음 외에는 달리 거창한 동기같은 건 없다. 완주를 한다 해도 큰 깨달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경험해보고 싶은 길이 있으니 겪어본다고 하면 맞을까? 가슴이 시키는데에는 이유같은 건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2019년, 팬데믹 직전에 다녀온 순례길 여행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 감정에 사로잡힌다. 기독교 천주교 신자라면 엄청난 감흥일까, 그리고 길 위에서, 또 알베르게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은 호기심이 든다. 일상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정작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담대함을 선물받게 될지, 알수 없는 예감같은 것이 들기도 한다. 방송 프로그램 시청을 전혀 안한 상태에서 사진 구경만 했으니 소감 역시 알쏭달쏭하게 끝맺는다. 관련지식이 좀 더 풍부한 독자라면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 책 한권으로도 많은 걸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