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RE:BORN - 가장 어려운 순간, 다시 태어나다
홍사라 지음 / 치읓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려움을 견뎌내고 스스로를 치유한, 나아가 세상을 다독이는 작가의 인생글이다.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가치관과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는 에세이이다. 작가의 삶에는 사계절이 담겨있었고, 단단함과 꿋꿋함을 느꼈다.


책의 제목인 리본은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그래서 영어로 RE:BORN 이라고 함께 표기되어있다. 수수한 분홍색 리본이 표지 한가운데에 붙어있다. 이 분홍색은 책의 전체적인 테마 컬러가 되었다. 긴 겨울을 지나 활짝 피어나는 여성의 인생을 나타내는 핑크색이 책 전반에 걸쳐 은은하게 스며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담담히 밝히고 있다. 자신의 삶은 상처와 결핍이 가득한 전형적인 흙수저 그 자체였다고 말이다. 암흑과 좌절만이 가득하던 인생이 반전되는 지점을 작가는 5개의 장으로 제시한다. 인생의 겨울이 끝난 것을 다시 태어남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생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경험하기 마련이다. 봄은 탄생의 시기요, 여름은 성장, 가을은 성숙, 겨울은 정리와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자신의 인생에 겨울이 먼저 왔다고 표현을 했을까? 책에서는 어렸을 때 자신의 특징을 두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거절당한 아이>, 그리고 <쓸모없어 버려진 아이>.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여서 집안에는 늘 폭력과 어둠이 가득했다고 한다.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참 딱하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조건없는 사랑을 듬뿍 받아야 원만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처받으며 자란 사람도 나중에 스스로를 치유하며 극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화목한 가정이 많아야 정서적으로 안정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의 피해의식이 약간 과장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번째로, 부모님의 신혼여행을 계기로 태어난 허니문베이비였는데 그걸갖고 아버지가 다른남자의 자식이 아닌가 의심을 했다는게 <거절당한 아이>로 생각한 이유였다.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런 부분에 섣불리 논평을 한다는게 조심스러움은 미리 밝힌다. 하지만 혹시 진지하게 의심을 했다는 게 아니라 농담삼아 한 얘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쓸모없어 버려진 아이> 라는 것 또한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가정이 편치 않았던 것이기에, 누가 버렸다는 것인지 인과관계의 연결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세이가 선후관계를 논증할 목적으로 읽는 글은 아니기에 그냥 <어린시절이 매우 힘들었다>는 부분에 공감만 하고 넘어가기로 하였다.


이렇게 힘든 성장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작가에게는 피난처가 있었다. 다름아닌 할머니, 그리고 엄마였다. 그 외에도 약국 약사 아주머니, 직업군인 아저씨 등을 통해 힘을 얻으며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는 20대 후반에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을 하며 비로소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를 하느라고 3년제 대학원을 2번의 휴학을 하며 11년만에 졸업을 한다. 7급공무원 자리가 거의 보장되다시피 한 전공이었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다른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를 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떠나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본인도 갑상샘암 진단을 받는다. 이 악물고 버티며 간신히 좀 살만해졌나 싶었는데 또 찾아온 어둠의 그늘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힘든 가운데서도 감사의 이유를 찾고 그걸 발판삼아 다시 한 번 일어섰다.


필자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버지에게 남기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을 인용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마음을 전한다. <잘 컸고, 잘 있고, 사랑한다.> 비록 슬픔과 울분만 가득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아버지, 일생에 도움이 안되는 아버지였지만 어떻게든 잘 커서 가정을 꾸린 저자가 가슴깊이 전하는 사랑이 진한 공감으로 남는다.


한편으로는, 다른 책 인용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 이정도 인용은 괜찮다는 분들도 있겠으나, 필자 생각에는 저자 고유의 생각 비중이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저술의도와 책의 특성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힘든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그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과 스스로의 상처를 고백하듯 담담히 써내려간 책이다. 서평에서 언급한 부분 이외의 저자의 따뜻한 시각과 이야기들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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