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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 - 바이올리니스트의 인생 플레이리스트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1년 7월
평점 :
예술은 인생을 보다 풍성하게 해준다.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창조적 영감을 일깨워준다. 늘 일만 하는 인생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아름다움을 추구해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건 인간 고유의 고차원적 취미이다. 그래서 필자도 서평단 신청에서 미술 관련 책을 주로 신청해 오다가, 클래식과 관련된 책이 소개되어 빠르게 신청했다.
클래식 음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FM 93.1 의 KBS 클래식 FM이다.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라디오 고유의 한계가 있다. 채널을 틀었을 때 연주가 진행중이었다면, 그 연주가 끝날 때 까지는 무슨 곡인지도 모른 채 듣고있어야 한다. 그리고 DJ가 연주 전 후 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낯선 이름들이 순간적으로 휘리릭 지나가버려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미술에 도슨트가 있는 것처럼, 음악에도 입문 목적의 설명해주는 책이 있었으면 했었다.
김수연 작가의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은 필자가 원하던 쉬운 음악책이다. 사실 2020년에 이보다 앞서 출간된 <FUN한 클래식 이야기>이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그 책은 유명 작곡가들의 드러나지 않은 스토리와 음악을 소개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강의도 많이 하는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우리에게 음악을 소개한다.
37가지의 상황 또는 감정에 알맞는 96개의 곡을 소개한다. 인생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용광로라고 보았을 때, 감정 순간을 표현한 음악 역시 인생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각각 감정이 왜 그 곡들과 연결이 되는지 짤막한 에세이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음악의 거장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소개된다.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 하면 우리는 가장먼저 봄을 떠올린다. 이 책에서는 여름 중 3악장 프레스토를 소개하는데,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우박이 내려 잘 익은 곡식을 짓밟는다.”고 표현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사진도 들어있다. 이런 사진들이 이 책에는 매우 많이 들어있다. 상황과 순간에 알맞는 감성적 사진들이 각각의 감정들을 입문자들에게 충실히 클래식 음악과 연계하여 설명해주고 있었다.
한편 커피 한 잔의 여유 라는 파트에서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7세기 유럽 지식인 사이에서는 커피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철저하게 작품처럼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60알의 원두로만 커피를 내렸다고 하는데, 이는 현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사용하는 양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런 사연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소개하니, 무작정 들었을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것 같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곡마다 제공되는 QR코드였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유튜브 연주영상으로 연결되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CD보다는 약간 음질이 안좋을수도 있지만, 연주 동영상이 있어서 마치 공연을 보는 느낌이다. 30년간 음악인으로 살아온 바이올리니스트가 추천하는 96개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는 우리에게 선물 꾸러미나 다름없다. 다만, 목차에 이런 감정의 리스트만 있는데, 수록곡의 목록 역시 별도 인덱스로 제공되었으면 좋았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