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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정보 과잉의 시대를 넘어,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간은 없고 알아야 할 것은 많다. 해결해야 할 일은 넘쳐나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잡일들까지 우리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푹 쉬어서 개운하다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가?
이런 생각이 『생각끄기연습』 책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올가메킹은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로 네덜란드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어 닉스(niks)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닉이라는 명사에서 탄생한 닉센(niksen)이라는 동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저자는 2019년 뉴욕타임스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닉센을 소개했다가 대박이 났다. 즉, 이 책의 국문 제목은 생각끄기연습 이지만, 엄밀히 보자면 닉센이 제목이어야 맞을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그리 어려운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따로이 마련된 한국어판 서문에서 멍때리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멍때리는건 확실히 닉센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은 닉센이 아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시청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오히려 노동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
이 책은 왜 우리가 쉬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의 주장은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 바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모든것이 연결되어서 나의 행위가 어디로든 실시간 전달되고 반응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온다. 24시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과 삶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하지만, 기똥찬 아이디어 또는 최고의 의사결정은 보통 직관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온다. 이 영역들은 뇌가 아무것도 안할 때 활성화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목욕을 하다가 유레카를 외치며 뛰쳐나온 아르키메데스가 있다.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봐도 괜찮은 생각은 산책을 하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에 나온 적이 많았다. 또는 관련없는 일을 하다보면 골치아팠던 문제의 해결이 떠오르는 등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을 꼽자면, 스크롤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고 하였다. 종이책을 넘기는 행위는 스트레스가 적다. 그러나 웹툰을 보거나 인스타그램 등을 하려면 끊임없이 화면을 쓸어넘겨야 한다. 좋아요 누르고 댓글달고 새글 확인하는 작업들은 알게모르게 중노동이 된다. 스크롤행위는 우리 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서 침침한 눈을 만든다.
길게 할 것 없이 하루 10분 정도만 닉센을 해보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명상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자. 주의력 결핍에 시달리는 뇌가 숨쉴 틈을 주자. 줄리아 카메론은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은 채 즐기는 산책의 이로움에 관하여 얘기한 적이 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멀티태스킹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죄책감없이 우리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인생이 한층 더 의미있어지리라 기대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