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에세이 리뷰 김경희의 《비낭만적 밥벌이》

비낭만적 밥벌이 -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김경희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7월

누구나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행복을 꿈꾼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가며, 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에 빠져서 말이다. 이럴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서로 다른 성격의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를 자극해서 더 노력하게 만드는 자기계발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솔직한 경험을 가감없이 담아낸 수필이다. 김경희 작가의 『비낭만적 밥벌이』는 후자에 속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 나만 힘든거 아니었어. 어? 그렇지만 힘든 가운데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난 이나이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던 걸까? 그때는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 지금은 왜 이런 감정이 들까? 등의 생각 말이다. 이런 생각의 공통점은 나의 내면으로의 탐험이라는 데에 있다. 필자는 에세이에서 다른 사람의 내면을 엿볼 수도, 진짜 나를 만날 수도 있다는 매력과 감성을 본다.

필자가 바라본 시각으로는 이 책에 크게 두가지 측면, 즉 인간 김경희와 직업인 김경희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먼저 인간 김경희로서의 모습을 보자. 자기계발서의 불굴의 성공사례와 같이 화려함은 없을지 모른다. (참고로, 필자가 최근에 쓴 서평이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였다.)

엄친아라거나 모범생과는 조금 거리가 있던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 소소한 내로남불을 자책하거나 때로는 무기력을 호소하는 인간적 소시민으로서의 모습, 두려움없이 여러가지에 도전하고 또 깨져보는 용기와 시행착오의 스토리가 들어있다. 

인상깊었던 구절 중에 하나가 글쓰기와 관련된 구절이었다. 삶이 너무 일로만 채워지는 것같아 글쓰기를 그만둘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마감이 있어서 좋지만 안도감의 지분은 2%고 압박감의 지분이 98% 라고 한다. 

필자도 그렇다. 삶의 변화를 위해 시작한 독서를 하다보니 남는게 없는것 같았다. 아웃풋을 위해 독서노트를 쓰려다가, 서평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책으로 서평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사람의 생각은 어떤가 해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출판사와 약속을 하고 올린 글들이 눈에 띄었다. 

<아~ 이 사람들은 마감이 있는 계약을 했구나.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라는 의욕이 솟구쳤다. 이렇게 흘러흘러 나역시 마감이 있는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남들 앞에 내놓으며 매듭지어가며 하는 건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감이 다가올 때면 압박감 지분이 점점 커진다. 뭔가 대출금을 안갚고 있는 것 같은 부채감 말이다. 책을 읽으며 이런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다.

다음으로는 직업인 김경희의 모습을 살펴보자. 사회생활을 조그만 회사에서 시작해 몇 번의 이직을 했다. 백수로 있기도 했고 잠깐 사업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부천의 오키로서점을 운영하는 <전문경영인>이며 책 4권을 출간한 작가, 그리고 강연을 하는 강사.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대표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직원으로 들어갔다가 주인의식을 발휘하게 된 케이스라고 한다. 일이 안되려고 하면 알력다툼 같은것 때문에 또 그만둘수도 있었겠다 싶었는데, 현재 대표와는 결이 잘 맞는듯 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건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대형온라인서점이 있는데, 동네온라인서점이 과연 될까? 하는 점이었다. 책 판매가 본질인 서점이 그것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역설도 있다. 여기서 저자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 온라인 커뮤니티 진행자로서의 역량이 비로소 발휘된다. 평소 호기심 많고 배우기 좋아하는 작가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간다. 상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

에세이의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기 자신이다. 필자가 느낀 주인공의 캐릭터는 이렇다. 위인전이나 만화속 캐릭터가 아닌 이웃집 누나/동생같은 인물. 아직까진 대박이라는건 터뜨리진 못했을지 몰라도 불확실한 세상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생존에 성공한 여자. 당연함을 거부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 서른 한 편의 글꼭지에 기저에 흐르는 느낌을 필자 나름대로 적어본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에세이를 읽을 때는 작가의 캐릭터와 인생관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소설보다 리얼한 현실의 인물이 실제로 겪은 인생 이야기이니 말이다.

시험공부하다가 졸릴 때 선택을 해야할 때가 있다. 쎈 커피 한잔을 부스터샷 삼아 마시고 달려볼까, 아니면 잠깐 눈을 붙이거나 산책을 통해 기분전환을 할까.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엔 뭔가 아쉽다. 중요한 건 채찍과 당근을 골고루 써야한다는 거다. 그래야 짧지 않은 인생을 지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완주할 힘을 얻는다. 공감과 휴식이 필요할 때에는 에세이가 좋은 읽을거리가 된다.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김경희의 『비낭만적 밥벌이』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