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가드닝 - 이르는 삶에서 기르는 삶으로
서민규 지음 / 퍼블리온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소비한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등의 행동이다. 때로는 생산자도 된다. 즐기지만 말고 직접 창작해보면 작가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예술가이다. 하지만 뭔가를 만든다는건 막연하기도 하고 두려운 일인건 분명하다. 더우기 기껏 만들어낸게 마음에 안들면 더 큰일이다. 마치 첫사랑에게 연애편지 쓰다가 찢어버리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필자 역시 매번 서평을 쓸때마다 머리를 쥐어뜯는다. 도대체 창작의 비결은 뭘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 끝에 나온 것이 이 책이다. 필자도 글쓰기를 즐기고 좋아하지만 늘 술술 쓰지는 못한다. 많은 시간 키보드를 앞에놓고 멍때리거나 길지도 않은 머리칼을 쥐어뜯기 일쑤가. 그렇기 때문에 창작법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민규 작가의 《콘텐츠 가드닝》은 나를 포함한 많은 초보 창작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음악, 그림, 노래, 영상 등 여러 콘텐츠의 영역이 있지만 이 책은 <글쓰는 창작>에 포커스를 맞췄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처음 만났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저자는 5년 넘게 콘텐츠 코치로 일해오고 있다. <콘텐츠 코치>라는 저자의 직업이 익숙하지는 않아서 어떤 일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창작경험이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다고 믿으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경험하고 콘텐츠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코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출간한 저서로는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생산적인 생각습관》,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 등이 있다.


내용의 이해를 위해, 제목부터 살펴보자. <콘텐츠>는 익숙한데 <가드닝>은 다소 낯설다. 교외에 있는 갈비집 같은 대형 식당은 00가든 이라고는 많이 하던데. 책에서의 가드닝은 정원가꾸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겟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창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연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흙을 만지는 가드닝의 세계가 저자가 경험한 콘텐츠 창작과 너무 닮아있었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분으로 되어있다. 1부는 가드닝. 창작법을 뜻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창작법을 저마다의 시행착오끝에 완성해 간다. 책에서 중요한 말은 <점진적>으로 자라난다는 점이다. 완성된 설계에 의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조립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예시로 나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기생충은 100개가 넘는 장면들이 있고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디테일이 정밀하게 들어가있는 수작 영화이다. 하지만 감독이 이 영화의 각본을 쓰는 작업은 완성된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며 특히 중요 장면의 대부분은 마지막 3개월이라는 기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다른 글쓰기책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는 책 전반에 걸쳐서 설계 대신 가드닝하라고 외친다.


2부는 가든, 곧 창작물을 뜻한다. 작가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면서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는지, 찾아낸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어떻게 맥락(context)을 만드는지 등에 대해 다룬다. 누구에게 보여줄지, 어떻게 다가갈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기획이다. 창작이라고 하면 끊임없는 만들어냄을 상상하지만 저자는 비움과 채움을 통해 창작의 정원을 가꾸는 방법, 나아가 삶의 정원을 가꾸는 출발을 하자고 제안한다.


3부는 가드너, 누가 콘텐츠를 기르는가를 본다. 바로 창작자 자신이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키워내는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창작자에 대한 탐구영역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필자는 뜨끔한 부분이 있었다. 손만 닿으면 식물이 죽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중간에 나온다. 반대로 뭔가를 아주 잘 가꾸고 길러내는 사람을 <초록 손가락>으로 칭하며 감탄과 떨림으로 창작하는 법, 실패와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까지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서민규 작가의 <콘텐츠 가드닝>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이 상당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드닝은 일반적으로 식물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내고 보기좋게 손질하는 정원관리의 느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콘텐츠 코치라는 업으로 5년 넘게 일해왔으므로 '도대체 창작을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많은 경우 잘 하면 된다. 열심히 하면 된다 라는 성의없는 대답을 하기 쉽다. 


이런 경우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암묵지에 의존해서 감으로 하는 부류이거나 또는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기 싫어하는 청기와 장수의 심정일 것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공감하듯 창작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영혼과 가치를 담아 애를 써야만 소비될만한 창작물이 나온다. 그렇기에 예술도 넓은 의미에서는 노동으로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창작이라는 것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심이 있어서 노력을 하더라도 머리를 쥐어뜯다가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대다수는 마음 편히 소비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영역에만 머무르기에는 뭔가가 아쉬운 감정이 든다. 필자도 그런 심정으로 때때로 글을 쓰고 있다. 그림그리기나 음악 쪽에는 정말 볼품없는 결과물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상대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질지언정  쉽게쉽게 쓰지는 못한다. 할 말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빈 워드프로세서 화면에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는 건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부제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칠까 한다. <이르는 삶에서 기르는 삶으로> 언뜻 봐서는 뭐라는 소린지 잘 이해가 안갔다. 에필로그를 보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르는 삶이란 설계도와 정답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옛날에도 막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와서 보니 옛날에는 그래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팬데믹과 4차산업혁명이 몰아치는 지금은 우리 대부분에겐 더더욱 정신없고 불안한 사회가 되었다. 설계도가 없어도 좋다. 정답이 없어도 좋다. 자신만의 씨앗을 찾아내고, 실패를 거울삼아 거름으로 활용하여 아름드리 나무로 가꿔낼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역시 더욱 의미있고 풍성해질 것이다. 길러내는 방식으로 창작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도 가까이에 두고 어렵고 힘들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곱씹어볼 계획이다.



https://cafe.naver.com/pinkabjb3
내꿈소생 카페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콘텐츠가드닝 #서민규 #퍼블리온 #내꿈소생 #내꿈소생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