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는이가 문학동네 시인선 63
정끝별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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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패를 돌린다
이렇다 할 도박력도 없이
이렇다 할 판돈도 없이
발바닥에 젖꼭지가 돋거나
손바닥에 닭살이 돋거나
시인의 말이다.
도박력도 없고 판돈도 없지만 시인은 세상이라는 아주 큰 도박판에 은는이가라는 판돈을 툭하고 던졌다.
그렇게 크지 않은 판돈이 한장 한장 넘길수록
가슴속에 파문이 돌게하고 문장들을 입안에서 손끝에서 반복하게 한다.
정말 궁극의 타이밍이다

첫눈이어도 금세 사라질 눈인 듯
첫 숨이 아니어도 쉼 없는 숨인 듯
괄호에 묶어둘 누군가가 있다는 건 든든한 일입니다
담담해서 한껏 삼삼한 일입니다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냥 그런 사람에게도
그냥 그런 사람 전문 중에서

내게도 괄호안에 묶어둘 이가 있어서 든든하다
나만의 괄호일지라도..
나의 괄호는 내가 늘였다 줄였다 할수 있으니까
그래서 담담하고 한껏 삼삼하다.
내 괄호안의 위 창수..

당신은 사랑 '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안 보면서 보는 당신은 '이(가)' 로 세상과 놀고
보면서 안 보는 나는 '은(는)' 으로 세상을 잰다
은는이가 전문 중에서

서로 '이'와 '은'하면서 말을 걸고 가두고
안 보면서 보고 보면서 안 보는
세상과 놀고 세상을 재며 이렇게 더불어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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