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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평점 :
◆ 소개
▷ 왜 살아야 하는가
▷ 미하엘 하우스켈러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08월 11일
▷ 460쪽 ∥ 818g ∥ 150*220*30mm
▷ 철학
◆ 후기
▷내용《上》 편집《上》 추천《上》
“쇼펜하우어! 삶의 참을 수 없는 비참함,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본성은 무엇일까? 세계는 본질적으로 좋은 곳일까, 나쁜 곳일까, 적대적인 곳일까? 질서정연한 곳일까, 혼란스러운 곳일까? 통제 가능한 곳일까, 통제 불가능한 곳일까? 모두가 죽음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죽음을 최악의 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기보다는 순전히 우리의 본성에 기인한다.”
“톨스토이! 어떻게 살 것인가?, 톨스토이는 러시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고 비록 부모를 일찍 여의긴 했지만, 형제자매들과 함께 비교적 사랑이 넘치는 안정된 환경에서 숙모에 의해 길러졌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착한 아내를 만났으며 열세 명의 자식을 낳았다. 노년의 톨스토이가 보기에 의미 있는 삶,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에 이르는 열쇠는 보편적 사랑이다. 보편적 사랑이란 연민이자 용서다.”
“니체! 신은 죽었다, 19세 말엽 서유럽을 지배하던 세계관은 유물론과 인본주의였다. 과학자 대부분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더 이상 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호한 상태를 끝내기 위해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가 신이 없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현실에 따르는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즐거운 학문]에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냉혹한 선언을 한다. 그리고 신을 죽인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 밝힌다!”
“카뮈! 원하는 것과 얻는 것 사이의 괴리, 머리 위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하늘이 가물거리고 있었고 언덕 바로 위로는 별들이 부싯돌처럼 세차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카뮈의 작품에서 그려지는 세계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 야심과 열망에 철저히 무관심하다. 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연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험악하고 무자비하며 비협조적이다. 무엇보다도 철저히 무관심하다.”
‘왜 살아야 하는가?’ 나도 한때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느냐는 생각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가려 했지만, 세상은 한국은 온갖 부조리의 온상이었다. 가난과 계급과 무질서한 것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고 울고,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이런 세상은 나와 우리가 꿈꾸는 곳이 아니다. 꽃병을 던지고 쇠 파이프를 휘둘러도 시민들은 우리를 격려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볼 수 없었고 대신 외치기로 했고, 전경의 몽둥이를 대신 맞았다.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대략 1% 정도는 바뀐 것 같았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돌이켜보면 삶과 죽음, 세상의 부조리, 세상은 왜 이따위인가? 고뇌하던 시절이 추억이 되었다. 어느 정도 삶을 살다 보니, 내 입에 밥이 들어와 굶지 않고, 총칼에 위협받지 않고 사는 게 몹시도 감사했다. 지금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이슬람 율법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유의 시작은 세상에 대한 부정이 좋다. 부정의 생각은 의심하게 되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의심을 끝까지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슬픈 드라마가 카타르시스를 풀어주는 촉매제가 되지만, 너무 깊이 빠지면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세상은 그냥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역사·시간·생명·죽음 등 그저 이 지구인에게서 돌고 도는 모래예술 같은 것이다. 모래로 성을 짓든, 그림을 그리든 그냥 모래일 뿐이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10^28의 원자로 구성된 몸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피와 살이며, 그들이 들이마시고 내쉰 숨이다.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나에게 보인다.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애초부터 ‘생존’과 ‘번식’을 갈망하는 존재로 설계되었기에, 그 설계대로 살아가면 가장 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이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