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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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점검

▷ 정민

▷ 김영사

▷ 2021년 12월 17

▷ 1,016쪽 ∥ 1,544g ∥ 152*225*60mm

▷ 인문 에세이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만났다나에게 책이란 두껍고 더 두꺼울수록 좋은 책이다. 1,000쪽이 넘는 책을 얼마 만에 만나는지 반갑기 그지없다농담으로 좋은 책은 두껍고 비쌀수록 좋다고 말한다온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고서들의 모습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가상으로 구현한 모습을 보면 설레기까지 한다무겁고 두꺼운 책을 펼치면 인류가 지식을 탐구하는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그래서 나는 두꺼운 책이 좋다.

 

 

 

 

세설신어는 중국 남북조 시대의 송나라 유의경(403~444)이 편찬한 책이다중국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문인학자승려제왕 등 명사의 일화를 모은 책이다동진은 사마의 후손이 세운 진이 흉노에게 망하고 강남에 세워진 망명 왕조를 말한다우리 알고 있는 위··오 삼국시대 후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본래 이름은 세설(世說)'이었지만남송 시대쯤에 ’'신어(新語)'가 붙어서 세설신어라는 정식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명사들의 이야기를 주제에 따라 기록했고귀신이나 기담이나 재해 등 신기한 이야기들도 많이 기록되어있다당대에 꾸며낸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사료적인 가치는 없다하지만 개그프로그램에서 정치를 대놓고 비판하진 않지만교묘하고 비유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허구이지만 당대의 사실을 묘사한 허구라고 할 수 있겠다.

 

 

 

 

P.966 행역방학(行役妨學모든 것이 다 공부다. “여행은 공부에 몹시 방해가 된다길 떠나기 며칠 전부터 처리할 일에 신경을 쓰고 안장과 말하인을 챙기며 가는 길을 점검하고 제반 경비까지 온통 마음을 쏟아 마련해야 한다돌아와서는 온몸이 피곤하여 심신이 산란한다며칠을 한가롭게 지내 심기가 겨우 안정된 뒤에야 다시 전에 하던 학업을 살필 수가 있다우임금도 오히려 촌음의 시간조차 아꼈거늘 우리가 여러 날의 시간을 헛되이 허비한다면 어찌 가석하지 않겠는가?” 성호선생언행록》 공부하는 사람은 여행조차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일상의 리듬이 한번 깨지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애써 쌓아가던 공부가 제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날을 허비해야 한다.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산천운물과 조수초목의 볼거리와 일상의 자질구레한 사무가 모두 독서다.” 수여방필》 책 읽는 것만 공부가 아니고 일상의 일거수일투족눈과 귀로 들어오는 모든 것이 다 독서요 공부 거리라고 말한다성호 이익은 여행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 했고홍길주는 여행이 그 자체로 공부라 했다누구 말이 옳을까?

 

 

 

 

점검(點檢)은 하나하나 따져서 살핀다는 뜻이다우리는 너무 허둥지둥 엄벙덤벙 살고 있다차분히 내려놓고 안을 살피는 내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이 우주선으로 달에 착륙하고무인탐사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내는 시대이다일론 머스크는 수십 년 내로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말한다거시의 우주부터 초미세의 세계까지 인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탐험하고 있다새로운 사실을 알고 밝혀내어도 인류가 버리지 않고 멈추지 않는 것이 있다바로 점검이다. 2,500년 전의 소크라테스를 배우고, 2,400년 전의 장자를 배우는 이유다문화와 기술이 지구의 모습을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인간의 본성은 아직 그 자리이기 때문이다.

 

 

 

 

1,000쪽의 책이 두껍냐고너무 아쉽다인문학과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소설 보다 읽힘이 좋은 책이다한자가 많아 어려워 보이겠지만원문을 실은 것일 뿐 해석과 주석이 달려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다세설신어의 완본은 900선에 가깝고본 책은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엄선한 400선이 실린 책이다우리는 집 밖을 나서기 전에도 거울을 보고 복장을 점검한다달리기 전 운동화 끈 점검은 필수이다지금 시대를 달리고 있는 30~40의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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