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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자의 케케묵은 일기장 - 310일, 5대륙, 19개국 세계여행을 기록하다
김다연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4월
평점 :
“나도 그러했다. 어쩌면 통곡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떠난 여행. 그러나 행복을 좇아 떠난 것은 아니었으며, 길 위에서 갖은 희로애락을 겪어내어 궁극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간 여행이었다.” 「본문 中」 김다연 님은 이 일기장의 주인이다. 이름을 땅끝까지 펼쳐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의미가 담겨서, 줄곧 이름처럼 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단군 할아버지도 홍익인간에 실패했으므로, 저자를 위로하고 싶은 부분이다. 유년시절이 가난과 가족의 분란으로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은 보통 우리의 무의식에 빙산처럼 트라우마로 각인된다. 심리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노년이 되어도 자신이 왜 그러한 고통이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스물두 살로 넘어갈 겨울에 일기장을 들고 310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느 여행자의 케케묵은 일기장』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여행 일기장이다. 22살에 여행을 떠났으니, 저자는 아직도 20대를 유지 중이다. ‘청춘 예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여성의 곡선이 그 어떤 조형물보다 예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어느 시기보다 20대 청춘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나는 찬양한다. 참으로 당찬 아가씨이다. 1년 동안 대략 1800만 원의 여행 경비를 아르바이트로 모으고, 남은 돈 1400만 원을 들고 태국으로 출발했다. TIP을 보고 한참을 웃었는데, ‘강도를 만났을 때를 대비하여 준해둔 소액’, ‘강도가 복대까지 요구하여 전 재산을 강탈해갈 경우, 택시 타고 대사간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비상금 아대에 숨기기’ 안전하기 다니기 위한 나만의 팁을 보고 당차 보여서 좋았다.
태국, 방콕, 인도, 첸나이, 벵갈루루…. 델리에 이르기까지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저자의 여행경로는 태국-인도-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볼리비아-페루-에콰도르-콜롬비아-쿠바-멕시코-벨기에-스페인-모로코-이탈리아-프랑스-대박 ‘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 인도와 남미 서유럽을 310일간 여행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그중 단연 압권은 콜롬비아는 치안이 좋지 못한 데, 강도를 만나지 않은 것이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기를 좋아하는 내 필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순례길을 30박 31일 동안 다 걸어낸 저자가 너무나 부러운 부분이다.
“CHALTEN Feliz Cumpleanos” 이 당찬 아가씨는 아르헨티나에서 무려 히치하이크를 시도한다. 패널을 들고 목적지를 적어놨는데, 아르헨티나는 치안이 좋은 곳인가? 아니면, 여행하면서 현지인으로 적응해 버린 것인가? 나는 우리나라에서조차 타인의 차를 얻어타는 것을 극히 싫어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등산복만 입고 다닐 것 같지만, 유럽에서는 도시의 색깔에 맞게 젊은 아가씨의 복장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찍어줘야! 여행의 거의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 걸어가는 모습을 누군가 뒤에서 촬영해준 듯한데, 정말 인생의 모든 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힘이 들면 길바닥에 누워 쉬고, 들러서 식사하고 잠을 자고 그렇게 31일을 걸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날것의 에세이를 읽었다. 미사여구의 알쏭달쏭한 문체가 아닌, 청춘의 솔직한 일기를 말이다. 2020년 여행을 다녀온 후 4년 뒤에 책이 출간되었는데, 최근의 근황이 궁금해지는 여행자이다. 아픔을 방황이나 좌절이 아닌, 용기 있는 여행을 선택하여 돌아온 것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처럼 이렇게 묻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잘살고 있습니까?’ 유튜브에는 다 있구나, [북라이브] 김다연 작가의 북콘서트 영상을 다시 한번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마지막 대화가 인상적인데, 지금의 실천력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책이 나온 지 2년이 되었다. “김다연 작가님 듣고 있다면, 다음 편을 내놓는 실천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서평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