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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풍경 - 식물의 사색과 명상으로 만난 마음 공부
김정묘 지음 / 상상+모색 / 2021년 10월
평점 :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정묘 작가가 보여주는 불교는 교리 공부나 선 수행과 같은 정색을 한 세계가 아닙니다. 생활에 지치고, 마음이 지친 이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잔잔한 이야기들입니다.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김정묘의 시 산문집 『마음 풍경』이 이 어려운 시대를 함께 건너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정신의 응원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유자효 (시인)」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오랫동안 불교에 귀의하여 보살 공부를 해왔다. 세상의 몇몇 종교를 제외하고 모든 이야기를 들으려는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책을 읽어보았다.
풍경은 금속이나 유리나 목재 등을 이용하여 종처럼 소리가 나게 만든 것이다. 종과 다른 점이라면, 바람이 부는 곳에 매달아 두면, 바람에 흔들려서 만들어진 재료와 형태에 따라 자연스러운 소리가 난다. 보통 오래된 절이나 선사에 가면 처마 밑에 물고기 모양의 풍경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그 풍경의 청아한 소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아파트에 살지만, 풍경을 두고 싶었고 작은 바람에도 다양한 소리를 내는 유리 풍경을 베란다에 매달아 두었다. 나른해지는 시간 베란다 식물들을 보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울리는 풍경의 소리는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기분을 들게 한다. 이런 풍경은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정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도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만 꾸게 해준다는 의미로 토속 장식품을 만들었고, 드림캐처로 불리며 소리가 나는 것들도 있다.

『마음 풍경』 저자가 선원에서 공부한 불경 말씀이나, 명상한 것들을 산문시로 적어낸 책이다. 시의 주제가 되는 것은 오랜 시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온 나무와 같은 식물들이다.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나무들은 인간이 가지는 번민이 없을까? 인간이 가지는 번민들은 결국 자연에 순응하지 않은 문명의 토사물일까? 저자는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지친 삶과 전염병으로 인해 우울함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자연의 방식을 통해 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자연적인 바람이 불 때 소리가 나는 것이 풍경이 순응한 삶의 모습이다. 우리는 삶에서 바득바득 성공만을 향하면서, 인생의 바람이 불 때만 소리는 내는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시에는 보통 운문적 요소가 있지만, 본체 시에는 그 형식이 따로 없다. 갑자기 온전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라 하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저, 저자의 시 한 편을 보면서 잠시라도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