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ㅣ 드디어 다윈 4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김성한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다윈은 언젠가 심리학과 사회학은 생물학의 한 분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현재 진화론은 경제학, 사회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 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은 그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기원이 된 책은 무엇일까? 바로 진화 3부작의 마지막 책이기도 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이 책이다.” 1859년 『종의 기원』,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을 이은 1872년의 마지막 출간이다. 2부에서 그는 “인간과 고등 포유류 사이에는 정신적인 능력에서 아무런 기초적인 차이가 없다. 그 차이는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은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이다.”라고 저서에 밝혔다. 만물의 영장, 먹이사슬의 최정점, 지구의 지배자 등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우리는 신과 우리의 차이보다 넓게 보고 있다. 과연 이 잘못된 우월감과 자만은 어디에서 태어난 것일까?
【찰스 로버트 다윈】 (1809년~1882년 73세) 영국 출신의 생물학자, 지질학자, 철학자, 박물학자이다. 그의 생몰년에서 거의 19세기와 함께한 것을 알 수 있다. 1825년 에든버러 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하지만, 부실한 교육환경에 스스로 자퇴하게 된다. 1827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하고 1831년 졸업한다. 의학과 신학보다 박물학에 더욱 관심이 많았던 다윈은 영국 해군의 탐험선을 타고 5년 동안 탐사 여행을 다니게 된다. 일련의 그의 진학 과정을 살펴보면, 어릴 적부터 그의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당시의 교육과 수준으로는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의학, 신학, 탐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스스로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타고난 연구자로 보인다. 그의 이런 모습은 최초의 박물학자인 「마리아 메리안」가 너무나 닮아있다. 어릴 적 관찰하던 나비를 보며, 곤충이 자연 발생이 아니라 알에서 태어난 걸 증명하고, 평생을 자신의 꿈을 찾아다닌 것 말이다. 또한, 종의 기원을 저술하였지만, 당시의 종교적 문제와 사회적 파장을 염려하여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발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지동설로 오늘날까지 위인이라면, 다윈은 당시 ‘진화론’ 하나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오늘날까지 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진화】 물체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생물학에서는 무작위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출현하고 그중 생존에 유리한 개체만 살아남아 그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을 뜻한다. 진화는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형질이 전달되며 환경에 맞게 유전자의 변화가 누적된다.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자연선택과 유전자 부동이다. 자연선택은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말하며, 독립적인 유전형질이 유전자 재조합 과정에서 무작위로 변동되고, 무작위로 대립형질이 발현되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 부동이 있기에 80억이 넘는 인간 중에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동물들을 미세하게 구분하지 못할 뿐이지, 동물 또한 단 한 개체도 같은 것이 없다. “가장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가장 똑똑하다가 해서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의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이며, 진화의 핵심이 바로 생존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러시아의 노벨 생리학자와 다윈은 생전 수천 건이 넘는 동물실험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파블로프는 동물실험을 통해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생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무척이나 잔인한 실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다윈 또한 자신의 저서 진화론과 동물의 감정표현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부정되지만 익숙해지면 당연해진다고 하듯이, 동물에게 미안해하던 인간적인 마음은 어느새 “나는 생리학의 진보를 늦추는 사람은 인류에 반하는 죄인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며 말년에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즉, 수많은 동물에 대한 감정실험을 토대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한 것이다. 결국, 그의 지적 호기심은 자신의 신앙과 인간성을 버리고 인류의 커다란 재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 뉴스에서 새끼 곰의 쓸개에서 즙을 빼는 모습을 지켜본 어미 곰이, 우리를 부수고 나와 새끼를 질식시켜 죽인 다음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북극곰의 모성애는 동물 중 최고로 강하다고 한다. 북극곰의 새끼를 건드릴 때 상대의 강함에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그런 모성애의 북극곰이 겨울을 지낼 사냥을 하지 못하면, 둘 다 죽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새끼 곰을 먹이로 취한 다음 새로운 번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우리는 바로 옆집에 사람이 누구인지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기억, 감정표현 등 많은 부분을 동물이 없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구 전체의 진화과정에선 아주 극소한 차이일 뿐이다. 어떤 동물이든 부모와 자식의 본능이 있고, 지능이 발달할수록 도덕과 사회성이 발달한다.
다윈을 감정과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동물로 생각해보자. 그는 어릴 적 안개처럼 가려진 막연한 의문에 대한 답을 평생의 연구로 찾아냈고, 인간과 동물의 감정이 같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동물에게 감정실험을 했다. 그가 동족을 상대로 잔인한 실험을 하면서까지 밝히려고 한 것은, 자신의 호기심 충족일까? 아니면 인간종에 대한 우월적 지식의 전달일까? 2015년 공개된 비밀편지에 성서도 예수도 믿지 않는다며 종교적 소신을 명확히 밝혔다고 한다. 나는 그의 연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실존주의 철학의 니체이다. 나는 두 영웅이 인간이라는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잘못된 교회에 맞서 싸운 투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영웅들이 없었으면 아직도, 중세의 마녀사냥에서 우리는 불태워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