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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철학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1년 10월
평점 :
[Mini Philosophy : A Small Book of Big Ideas] “솜씨 좋은 기술자처럼 철학을 말끔하게 정리해놓은 작품. 철학을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라.” 「줄리언 바지니, 철학자이자 작가」 개인적으로 책의 목차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 추천사이다. 추천자는 철학에 대한 전문 기술자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인즉 저자는 철학의 역사부터 철학의 다양한 분과와 논리를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철학이라는 주제를 매우 좋아하는 관계로 매우 매섭게 이 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 「조니 톰슨」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에 올려 관심을 얻은 철학자들의 짧은 소감을 이 책에 담아냈다.
【철학】 철학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석가모니, 공자, 장자, 플라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로크,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석가모니는 종교 이전에 민중이라는 동양 철학적인 사상이 먼저였다. 현대 학문의 틀은 거의 영미권에 맞춰져 있다. 철학은 고대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학문의 크기를 종교, 철학, 과학의 순으로 나누는 데, 사랑하는 대상에 따른 크기라 할 수 있겠다. 신을 사랑하는 종교의 영역은 이미 인간의 인지와 상상을 넘어서는 단계이기에 아직 가장 광대한 학문이며, 과학은 인지하고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을 연구하기에 인간 이성의 모든 것을 다루는 철학보다 범위가 좁다 하겠다. 즉, 철학은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신을 제외한 종교까지 모든 학문을 포함한다고 하겠다.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철학에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논리, 윤리 등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핵심이다. 그래서, 철학의 대표적인 연구대상이 형이상학, 윤리학, 정치철학, 과학철학, 언어철학, 사회철학, 논리학, 미학 등이 특히 많이 연구되는 분야이다.
『필로소피 랩』 1장 윤리부터 10장 정치와 경제까지 대략 100명의 역사적 철학자들의 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본인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실존주의 ‘니체’와 정치경제의 ‘마르크스’다. 콧수염을 단 아저씨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신은 죽었다’라고 비친다는 작가의 표현에 아주 적당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너는 지금 네가 살고 있고 지금껏 살아온 이 삶을 다시 한번 똑같이, 그리고 끝없이 반복해서 살게 된다. 새로운 일은 단 하나도 없겠지만, 네 삶의 모든 고통과 모든 즐거움, 모든 생각, 한숨 하나까지 어떤 사소한 일이나 위대한 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순서로 반복될 것이다.” 1882년 『즐거운 학문』에서 악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악마의 이 대사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따분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또는 의미 없는 반복처럼 허무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라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실존주의 기둥이며, ‘내려놓기’, ‘마음 비우기’ 같은 동양적인 심리치료의 서양철학의 대가이기도 하다.
역사는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거대한 곤충 떼처럼 움직인다고 한다. 마르크스 이전 역사학계 대부분을 지배한 것은 ‘위대한 영웅의 전기’였다면, 마르크스는 이것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이나 천재가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주어지고 전달된, 이미 존재하는 환경’에 맞추어 인류가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계급과 소유 등을 통하여 유명한 사람의 삶은 유명한 만큼 가치를 자기고, 무명의 사람의 삶은 무명인 만큼의 가치를 가지는 시대를 예리하게 지적해내고 있다. 역사의 거의 전체를 차지하는 무명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유명의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철학은 정답이 없거나, 또는 매번 바뀌는 정답을 꾸준히 사색하는 학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암기하는 학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꺼운 철학책이라고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각 장을 사색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평생의 시간을 써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