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임하는 뇌 - '게임 인류'의 뇌과학 이야기
이경민.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 지음 / 몽스북 / 2021년 8월
평점 :
‘게임하는 뇌는 게임의 영향력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지침서 역할을 지금까지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저자가 지닌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 읽는 내내 감탄을 계속했다. 게임에 관한 고민이나 궁금증 대부분이 이 책을 통해서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텔레비전에 자주 강연자로 나오고, 유튜버 활동도 많이 하는 현직 심리학과 교수이다. 본인이 무척 좋아하는 강연자 중 한 명이고, 표현력이 풍부하고 심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명강의자 이기도 하다.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잊게 된다.
【바츠 해방전쟁】 세계사에 나오는 유명한 전쟁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롤플레잉 게임 리니지2의 많은 서버 중 하나인 ’바츠서버‘에서 벌어진 2004년도 전쟁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리니지2는 한국의 굴지 게임회사 NC소프트의 대표게임이다. 리니지1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마니아층이 있는 유명한 게임이다. 바츠는 리니지2에서도 1번에 올려진 서버이다. 서버의 순서는 인지도와 유명세를 자랑한다. 바츠에 ’DK혈맹‘이라는 뛰어난 단결력을 중심으로 한 길드가 서버를 장악해버린다. 그들은 바츠 서버의 모든 영지를 장악하고 사냥터를 통제하고 막대한 금전적인 이익도 누리기 시작한다. DK혈맹에 반하는 유저나 길드는 궁수들로 이루어진 길드의 전문 ’PK통제단‘에 계속 캐릭터를 살해당하게 된다. 이에 ’붉은혁명‘이라는 혈맹은 연합군을 형성해 DK혈맹과 맞서나 전투력의 차이로 밀리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다른 서버 사용자들의 정의감을 자극함으로써 ’바츠해방전쟁‘을 촉발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많은 학자에 의해서 연구도 되었고, 대학의 강의 주제로도 사용된 실화이다. 2004년 6월부터 2008년 3월까지 4년간 이어진 전쟁에 참여한 사용자는 연인원 20만 명이 달했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일까?
【게임】 game 사전으로 살펴본 정의로는 경기나 시합을 의미한다. 고대 아테나의 투기시합이나, 체스나 장기, 바둑에 이르기까지 규칙이 있고, 승패가 있는 놀이를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게임이라고 하면, 비디오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게임을 거의 지칭한다. 어릴 적에 동네의 구석구석에 ’오락실’이라는 장소가 존재했다. 지금도 존재는 하지만, 예전의 그런 곳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의 선도부나 선생님들은 오락실에 다니는 아이들을 적발해서 벌주곤 했다. 당시의 인식은 전자오락을 하면은 나쁜 길로 빠지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오락실에 갔다가 부모에게 잡혀서 매를 맞는 아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흔히 도박이라고 부르는, 포커나 화투도 원래는 게임의 일종이다. 해당 게임에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툼으로써, 게임의 재미와 사행성이 우리의 뇌를 크게 자극하여 중독이라는 증상까지 만들어냈다. 흔히 이런 도박중독, 노름중독의 폐해를 지켜본 부모들이 전자오락에 빠진 아이들을 걱정했다. 이렇듯 전통적인 게임이던, 현대적 게임이던 왜 우리의 뇌는 중독이 되는 것일까? 대부분 사람은 적당한 선에서 조절과 타협을 할 수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완전히 중독되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게임하는 뇌』 고전 방식의 게임부터 현대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하는 인류의 심리나 뇌과학을 학술적으로 풀어내면서도, 흥미롭고 쉽게 이야기한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어느 분야의 장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뇌도 사용하는 만큼 그 능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유전자에는 게임이라는 것을 통해 꾸준히 뇌를 자극하게끔 설계된 걸지도 모른다. 불은 화재를 일으키고, 칼은 잡는 사람의 손에 따라 무기가 되기도 한다.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한다면 불을 발견한 인류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