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
왕숙영 엮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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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하대학교 일본 언어문화학과 교수, 미시간대학 및 케임브리지대학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역서로 창조된 고전 일본 문학의 정전 형성과 근대 그리고 젠더, 일본 시가의 마음과 민낯이 소명출판을 통해 출간되었다. 현직 교수이시고 서문을 통해 퇴임을 앞두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명출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기독교 서적 느낌이 나지만, 20년 동안 학술서만을 1600종 가까이 펴낸 출판사라고 한다. 각종 탄산음료, 과일음료가 진열된 매대에 순수한 물을 파는 느낌이다. 직접 문고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다. 1600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국문학과 동아시아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데, 서점 매대에 진열되지도 못하는 것도 허다하다고 한다. 소명출판이 아니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1600권의 책을 출간하는 데 이것이 소명이라는 이름의 의미 같다. 학술서만을 내면서도 1천만 원의 상금을 주는 임화문화 예술문학상을 후원하는 곳이 소명출판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책을 보니 도대체 어떤 책일까 하는 궁금증과 나도 모르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는 일본의 고대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일본 전국에 갈대가 무성하여 일본 시가는 갈대와 닮았다 한다. 연약하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감수성을 노래했지만 쉬 꺾이지 않는 유연한 힘을 갖고 있다 한다. 책은 제본부터가 다르다. 페이지를 넘기면 실로 엮인 부분이 보이고, 내용을 몰라도 읽고 쉽게 만드는 재질의 종이다. 우선 내용을 떠나서 독서대에 올려서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또한 처음이다.

 

()는 무엇일까? 많은 독서를 하면서 가장 읽지 않은,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시였던 것 같다. 시란 일정한 형식에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를 통해 회화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문학의 형식이다. 또 일부에서는 시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시의 매력은 난해함’, ‘상상력’, ‘표현력등이 있을 것이다. 일반 문학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짧은 문장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유시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시의 한 부류로 보기도 한다.

 


처음 시집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장문의 어려운 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작정 책을 펼치고 읽는 데, 시가 굉장히 재미가 있는 것이다. 소설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편하게 펼쳐서 시를 읽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읽었는데, 하나의 시를 읽고 메신저로 시를 읊어 준 것이다. 위 두 시를 읊어 주고 시라고 했을 때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시 같기도 하고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글의 내용엔 힘이 있었다. 가을이 오는 한편에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 것 같았다. 거미로 태어나 거미줄을 쳐야만 하는 건가. 라는 시엔 대부분 사람의 숙명과 극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문장이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한 편의 시가 적혀있고 하단에는 저자의 해석이 곁들여 져 있다. 해석을 보지 않아도 그냥 와닿는 시가 있었고, 해석을 읽고 다르게 보인 시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시라면 엄청 길고 운율이 딱 맞고 그러한 것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 수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가 이렇게 달고 내 안에도 시적 감성이 있었단 말인가. 달을 보며 이렇게 좋은 달을 나 홀로 보고 잠을 잔다이 한 문장의 시로 인해 내가 보는 달은 세상에서 유일한 달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시의 힘인 것 같다. 시가 어렵거나 재미가 없다고 본인처럼 생각한 사람들은 이 책을 보기 바란다. 진정 내 마음에 풍요로운 감성들이 미치도록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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