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순례자 - 길 위의 사람 김기석 목사의 묵상
김기석 지음, 이요셉 사진 / 두란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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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 사이의 외줄을 건너는 인생이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 그러나 줄 너머의 길을 바라보며 발을 내딛은 이상, 굽든 좁든 주저앉아 탓하기보다는 걷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일상 순례자의 숙명일 터.(p.108)

길 위에 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걸어간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일상 순례자이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모두에게 모험이다. 하여, 지도조차 없이 걸어가야 하는 인생길에서 가끔 누군가의 글이 길잡이 구실을 해 줄 때도 있다.(p.10) 저자는 자신의 글이 부족하나마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작은 창문 구실을 하기 원하는(p.13) 바람으로 이 글을 썼다.

예수, 그는 우리 일상의 자리에 현존하면서 길을 가리키고 길을 함께 걷고, 스스로 길이 됨으로써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선물이 되었다.(p.18) 그러나 우리가 걷는 이 세상은 욕망과 탐욕이 버젓이 손짓하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고 남을 짓밟고 오직 명예와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라고 유혹한다. 그래서, 예수님을 길로 삼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마이너리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p.68)

땅의 열기를 느끼며

메마른 땅을 종일 걷다 보면 지치고 힘이 든다. 시원한 물 한잔이 그립다. 침묵과 고요함 속에서 우리 영혼을 다시 하나님께 적신다. 영혼의 생수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신다. 내 눈에는 이제 목말라 하는 다른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도 샘이라는 것을.(p.73) 가끔은 멈추어 서서 걸어온 자취를 돌아보아야 한다. 영혼이 왜 이리도 팍팍하게 되었는지, 작은 자극에도 왜 그리 성마르게 반응하며 사는지, 세상의 아픔에 대해 어쩜 이리도 둔감하게 되었는지 말이다.(p.77) 지치고 찢긴 이들에게 '고생 많았다'는 사랑의 인사가 나의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된다. 거친 광야길을 가다보면 물 뿐 아니라 그늘도 필요하다. 행복을 찾아 떠돌지만 실상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외로움을 어쩔 수 없어 하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진 않지만 그거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사람(p.104). 그가 바로 서늘한 그늘이다.

길 위에서 모자를 벗고

길을 걷다 삶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겸손한 태도로 이 세상을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거창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있음 그 자체로 격려가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일상의 순례길을 걷는다.(p.135)그냥 곁에 있기만 해도 편한 고향 같은 사람, 붉게 물든 감 같이 안도감을 가진 무르익은 사람, 중심으로 도약하려는 욕구를 내려놓고 기꺼이 변방으로 갈 수 있는 사람, 시대를 거슬러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사람 말이다.

다시 하늘을 보다

순례의 길을 걸으며 그 길이 지치고 힘들어 하나님에 대한 첫 사랑을 잃어버리진 않았는가. 나를 잃어버리고 살았다는 자각은 아프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하여, 예수의 피로 다시 한번 뜨겁게 불타오르도록 하자. 그리고 자유로운 질주를 위하여 욕망의 끈을 과감히 자르자.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는 사람, 따사로운 하늘의 온기를 품어 이웃의 냉한한 마음을 녹여줄 사람이라면 비록 무거리 같은 존재라 해도 하늘을 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겠는가.(P.201)

 

일상과 책, 말씀과 사람을 향한 저자의 깊은 시적 묵상은 마음속에 오랫동안 울림을 가져다준다. 다른 말을 대신할 표현을 찾기보다 저자의 말을 빌어 이 책의 전체 흐름을 잠시 돌아보았다. 일상이 단조롭게 느껴질 때, 내가 걷는 이 길이 어떤 의미가 있나 싶을 때, 지치고 힘겨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때 잠시 이 책을 읽어보자. 다시 길을 걷게 될 용기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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