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공감되는 말이었어요.
멀리 여행가지 않아도, 혼자 카페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에도
창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꽤 즐거웠거든요.
낯선 여행지에서 더더욱 낯선 여행자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해 혼자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시간이 상상되면서
책을 덮을 때 까지, 덮고 나서도 이 첫페이지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어요.
1부를 보면, 시간이나 공간의 서사 없이 전개되는데요,
앞장이 로마였다가 뒷장은 쿠바였다가
여행 장소나 시간에 관계 없이 작가님은 그저
'찰나의 순간을 참 소중이 여기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쁘게 환승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파리 오페라역에서 발레공연 홍보를 위해 그려진 자그마한 발레리나의 이미지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순간을 담아낸 이야기도 있었어요.
길을 걷다 마주친 웨디촬영중인 커플을 보며
이 순간 또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단순히 어느 지역을 관광하거나 하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을 여행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2, 3부까지 쭉 읽어가면서 꾸준히 드는 생각은
작가님은 정말 책을 많이 읽으셨고,
예술에 관심이 엄청 많으시구나 느껴졌어요.
사실 저는 정여울작가님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정여울'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어요.
엄청 박식하고, 여러 책의 구절들을 알사탕 꺼내듯
슈슈슉 꺼내서 인용하고 빗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접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멋있더라구요.
문학 비문학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접하고
또 여러 예술작품을 단순히 보고 아는것이 아니라
그 작가의 삶이나 생각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파악하고 있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사실 작가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인용구나,
세계사지식이나 미술사 등에 대해 저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ㅎㅎ ㅠㅠㅠㅠ
교양이란 이런것이구나...싶던...ㅠㅠ ㅎㅎㅎ
그래도 이번 기회로 작가님 덕에 여러 미술사나 몰랐던 세계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여행하면서 단순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물건을
보고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가치에 대해 잘 알아가는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느꼈어요.
그리고 사실 작가님과 저는 세대가 조금 떨어져있어서 그런가
가끔 작가님의 비유가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가 그 시절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것이니
이렇게 책을 통해 제가 모르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알게되는게 재미있었어요.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아는것과는 뭔가 그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연기가 아니라 진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낀 건,
이제까지 제가 다녀온 여행은 눈으로만 훑고
SNS용 사진 찍기에만 바쁜 그런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여행에 녹아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여행을 가면 사진찍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위한 그 시간에 집중하고
나를 돌아보고 더욱 나다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배워갈 수 있는 여행을 떠나야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여행의 쓸모에 대해서 생각하기 전에 우선,
작가님처럼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배워보고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조만간 정여울작가님의 다른 글을 또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