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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옥토패스 트래블러(OCTOPATH TRAVELER) - 여덟 명의 여행자와 네 개의 샛길, J Novel Next
부리/키바 지음, 이쿠시마 나오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평점 :
- 항상 스포주의 -
'옥토패스 트래블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곧바로 게임을 떠올렸다. 여덟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여행을 떠나는 그 독특한 방식. 그리고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과 감성적인 음악이 더해져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주던 게임. 그런데 이번에는 책으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게임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게임 속 주인공들의 짧지만 깊은 이야기를 네 개의 단편으로 엮어낸 책이다. 단순한 설정집이나 세계관 정리 수준이 아니라, 각 캐릭터들이 직접 겪은 경험과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임에서는 메인 스토리와 각자의 여정을 따라가야 해서 캐릭터 간의 직접적인 교류가 많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트레사와 사이러스가 함께하는 이야기, 아펜과 테리온이 부딪히는 순간들, 한이트와 오필리아가 나누는 대화. 게임을 플레이하며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관계들이 펼쳐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눈보라 치는 밤에’라는 에피소드였다. 고독한 길을 걷는 인물들의 감정이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게임 속 픽셀 그래픽과는 또 다른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문장이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풍경을 차분하게 그려내는 방식이 좋았다. 마치 RPG 게임 속 한 장면을 그대로 활자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매력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캐릭터들의 배경이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모르는 독자라면 일부 내용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소설 속 이야기 하나하나가 반가운 장면처럼 느껴질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원작 팬들을 위한 보너스 같은 작품이다. 게임에서 더 알고 싶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게임 속에서는 직접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조합과 관계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좋아했다면, 이 책 역시 충분히 즐길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더욱 몰입감을 높여줄 것 같다.
한편,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니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이렇게 짧은 단편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장편 소설로도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 게임 속 여정이 끝난 이후, 혹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들을 더 길게 만나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때까지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꺼내 읽으며, 익숙한 이름들과 함께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게임 플레이하고 보는 것이 더 매력적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