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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 겨울을 녹인 그 남자의 희망 교향악
류장하.이준호 지음 / 도솔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인생은 희망의 연속이다. 희망이 없는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마치 뇌가 정지해버린 식물인간이나 다를 것이 뭐가 있겠나.
현우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꿈? 어릴 때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하고 오순도순 잘 사는게 꿈이었고, 또 너가 태어났을 때는 너 하나 잘되는게 꿈이였지.. 하시던.. 어머니 말씀은 평범한 나와 아니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가지는 한결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항상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꿈은 희망이고 그것이 바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책초반에 나오는 현우는 좌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지도 못하고, 늙으신 어머니께 남들처럼 이것저것 해드릴 능력도 없다. 자신이 그런 처지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삶은 더욱더 회의적이고 무료할 뿐이다. 자신의 꿈은 진정한 음악인이 되는 것이다. 누구처럼 밤늦게 캬바레에서 음악을 연주하지도 않을 것이고, 학생들 등쳐먹으면서 돈벌이 하고 싶지도 않다. 학원에 나간다는 건 자신의 소신과 꿈을 짓밟는 일이므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삶은 고단하다.
그러던 중, 강원도 탄광마을에 중학교 관현악단 임시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재일이,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집에 살고 있는 아이들. 전체가 다 그러하다. 누구 하나 덜하고, 더한 정도가 없이 다들 삶에 찌들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식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나가 되어, 꿈을 키워주던 현우는 많은걸 깨닫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늙으신 어머니를 위할 수 있는, 그 일이 바로 자신의 꿈이고 희망이라는 사실 말이다.
봄은 생명이다. 생명이 다시 살아 숨쉬고, 얼어붙었던 땅이 녹을 때 내 마음이 함께 녹는다. 탄광촌 아이들을 뒤로하며 현우는 희망을 가지고 서울로 되돌아 온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등쳐먹는 일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이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가서 행복한 봄을 맞이하려는 기쁨을 안고 그렇게 그는 돌아왔다.
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하자면, 나는 지금 한여름의 무더위 속이 아닐까. 모든 나뭇잎들이 생기 있게 빛나고, 무성한 푸른 숲을 이루는 그런 계절. 이제 남아있는 나의 인생 계절들을 어떻게 보낼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