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리더십 -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성공적 리더십과 정신 질환의 놀라운 관계
나시르 가에미 지음, 정주연 옮김 / 학고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광기의 리더십> 지도자의 역사로 심리학을 말하다

-도서 <광기의 리더십> 서평 / 리뷰-

 

 

 

 

저자: 나사르 가에미

분야: 인문 , 심리학

출판사: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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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분야의 책을 읽는 건 참 불편한 일입니다. 단 한권의 책에 불과하지만, 이 책은 저를 마치 저 멀리 깊은 심해 속 유약한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습니다. 작고 보잘 것 없으면서 투명해진 표피 너머로 장기와 심장을 훤히 드러내놓은 생물이 된 듯한 약간의 수치스러움. 전 심리학 도서를 읽을 때면 언제든, 그런 수치심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책을 읽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심리학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학문으로서 인간을 가장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놀라운 분야죠. 하지만 다이버들이 투명한 심해동물을 보고 그 심해동물의 전부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심리학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침과 동시에 결국 인간이 얼마나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지를 인정해버리더라구요. 렇기에 심리학 도서는 제게 있어 불편하면서도 관심이 가는 묘한 장르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번에 읽은‘광기의 리더십’같은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간 제가 읽었던 심리학 도서들은 전부‘저’,독자를 향한 진술과 설명들이 대다수였어요. 마치 작가가 대놓고 독자의 뜨끔함을 즐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책들이 많았죠. 그러나 이 책은 제목에서도 대강 알 수 있듯이, 세계사 속의 특정한 인물들을 소재삼아 저술한 역사&심리학전문도서입니다. 작품의 소재 대상이 독자 혹은 보편적, 불확실한 대중이 아닌,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각 나라의 ‘리더’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역사문외한인 저로서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지레 겁을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책은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아주 재미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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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탄생은 역발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든 역사적 위대한 인물들을 보며 그들의 신성한 영웅적인 일대기를 기대합니다. 아마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보편적인 환상을 거침없이 깨뜨립니다. 물론 저자가 재조명하는 건 그들의 업적이 아닙니다. 바로, 심리학적 접근을 통한 그들의 나약하고 병든 정신이었죠.

   

이 책은 셔먼, 터너, 처칠, 링컨을 비롯해 킹, 루즈벨트, 케네디와 같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한 리더들의 사적인 면모를 소개해줍니다. 저자의 직관적이면서도 명확한 주장들은 영웅적 상징 속에 숨어버린 리더들의 광기와 정신질환을 섬세하면서도 친절한 문체로 보여주는데요. 특히나, 저자가 설명한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광기와 정신질환에 사로잡혀 있었다’ 혹은 ‘어려운 시대에는 비정상적 정신을 가진 리더들이 더 창조적이고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한다’ 와 같은 도발적인 주장들은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호기(好奇)를 일으키는 인용을 바탕으로, 역사나 정신 질환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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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내용의 자연스러운 흐름 역시 이 책의 몰입도를 높여줬던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작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간디에서 루터 킹 목사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울과 슬픔 속에서 안락과 풍요적 삶을 거부하고 고행자의 길을 선택한 마하트마의 인생과 죽음을 설명하던 저자는, ‘10년 뒤, 조지아 주 출신의 우울한 한 젊은 흑인 목사가 그 늙은 인도인의 무덤에 화한을 바쳤다’ 라는 말구를 추가함으로서 끝맺음과 동시에 새로운 챕터 속 인물 소개를 시작하게 되는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선보입니다. 인문보다 문학책만을 고집해온 제가 이 책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묘미는 바로 이런 섬세한 문장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 책에 대한 흡입력을 느끼게 해준 부분 바로, 간간이 등장하는 심리학적 실험들입니다. 중후반 부에 가서는 이 실험인용들을 많이 찾아볼 순 없었지만 -우울증이 환경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현실적으로 판단토록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전기제어실험’ 이라던지, 혹은 ‘짧은꼬리원숭이 실험’ 을 통해 만들어진 ‘거울뉴런 시스템’ 용어 등- 글의 초중반부에 삽입된 정신의학적 연구실험들은 이런 분야의 책을 아직 낯설어하는 독자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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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흔히 위대한 지도자를 선출할 때 '정신적으로 건강한' 리더를 선호합니다.  맑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리더일수록 더 창의적이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장은 다릅니다. 우울증과 조증을 앓았던 훌륭한 지도자들을 예시로 들며, 오히려 우울증은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성적으로 간파하는 능력을 가지며, 조증은 창의적이면서도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설명합니다.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모든 리더들이 어떠한 시대에도 훌륭한 리더쉽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는 고정된 통념을 뒤집기도 합니다. 실제로  셔먼이나 터먼과 같이 위기시대에선 훌륭한 기질을 발휘했던 리더가 안정된 시대의 실패자가 되어버린 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위기 시대에는 성공적 리더십과 정신 질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물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어떠한 지도자가 필요한지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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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적 용어 혹은 역사 속 리더들의 행적 등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참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링컨이 1862년까지는 노예제 폐지를 반대했었다는 사실알 수나 있었을까요. 또 '공감'이라는 단어가, 본래는 예술자품 감상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용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ㅎ  이 책을 읽으면서 2기 티우미 서평단에 들어가게 된 일이 정말 큰 행운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인문 장르의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간만이었어요. 만약 티우미 서평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문학책만 고집하던 제가 감히 인문 장르의 도서를 읽을 날이 오기나 했었을지 ^^; 이번 책처럼 앞으로도 좋은 책들을 경험하게 된다니 또 괜시리 기분이 뿌듯해집니다. 다음에 읽은 책은 과연 어떤 책일지도 정말 기대되네요~ 여기까지, 부족하고 장황하기만 한 서평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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