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 네오 클래식 무비 1990~2007
김호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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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레오스 카락스, 허우 샤오시엔, 페드로 알모도바르...이런 이름들을 사랑했었다. 아니 과거형으로 돌리기엔 현재에도 그 이름들과 영화들을 여전히 사랑한다. 책을 읽고 나니 멀게는 30년 가깝게는 15년 전에 보았던 이 영화들 전부를 다시 소환하고 싶어졌다. 시간의 흐름과는 별개로 영원히 새롭고 다른 얼굴로 몇 번이고 우리에게 되돌아올 영화들. 15년, 30년, 아니 300년 후에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울 영화들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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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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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에게 내가 모르는 광활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 준 것은 다름아닌,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 전집이었다. 수많은 동화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넓고도 깊었다. 나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가보지 않은 수백수천 갈래의 세상을 상상했다. 그것은 여백을 통해 미를 발견하는 그런 세계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모험과 흥분과 아름다움이 빽빽하게 가득찬 세계였다.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경험과 기억을 간직하고 어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내가 어느날 동화를 너무나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글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글은 카르멘처럼 요염하고 유혹적이었으며, 어떤 글은 잘 벼린 칼을 든 기사처럼 날카롭고도 씩씩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팬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글을 쓴 이가 바로 Joyce Park(박주영)이다.

그녀의 책, '빨간 모자가 하고 싶은 말'이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의 글은 여전히 솔직하고 날카롭게 반짝거린다. 
예컨대, '인어공주'를 이야기하는 장에서 그녀는 이렇게 글을 시작한다. 
'인어공주 이야기는 사람이 두 개의 구멍으로 환원되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신체에 있는 두 개의 구멍, 즉 입과 아랫도리의 구멍. 이 두 개의 구멍을 두고 어찌하지를 못해 길들이고 지배하려는 남자들의 권력이 개입되면, 슬픈 인어공주들이 태어나 의미 없는 물거품으로 사라져간다'

그러나, 그녀의 과감한 표현들은 외설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짜릿하고 속 시원하다. 우리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그녀가 대신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인싸이트가 그녀 글의 매력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누가 나를 아름답다 알아봐 주고, 누가 내가 지닌 보석을 알아주기 이전에, 내가 스스로 나의 아름다움을 알고, 내가 내 보석들을 아는 일이 먼저' 라고, 그녀는 '캣스킨'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일러준다. 아마도 그녀 스스로 프롤로그에 밝혔듯, 여러번의 상처와 고통을 통해 마침내 그녀 스스로 '사랑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마침내 빛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믿게된 것이리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책이 다루는 삶의 모양들의 스펙트럼이 꽤 넓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미스포춘' 이야기가 가장 뼈아프게 읽혔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할 수만 있을 것 같은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고, 여러 불가능의 벽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눈물이 앞설때도 있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무지 마음먹어지지가 않을 때 나는 슬퍼졌다. 미스포춘이 맞닥뜨린 운의 모습과 같이, 나의 자존감의 모습 또한 초라하게 말라 비틀어진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스포춘은 스스로의 운(자존감)에게 둥근 빵을 주며 그것을 길들였다. '그렇게 황금같은 자기 가치를 찾는 것' 이 먼저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보다는 좀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나의 결핍 또한 충만함으로 날아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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