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에 기도하러 가는 할머니를 이유 없이 이스라엘 군인이 곤봉으로 패는 영상을 본 것이 작년 이맘때이다. 큰 충격이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을 국내방송으로 본 것이니 말이다. 아마 우리가 보지 못한 더 많은 영상들이 더욱 더 많이 있겠지. 책 속에서 인티파다, 해방전선, PLO에 합류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마음을 가졌던 시기가 12살에서 15살… 자신의 부모, 형제, 이웃이 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작은 돌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나라도 내가 본 동영상 속 할머니가 곤봉으로 맞는 것을 목격했다면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악에 복받칠 것 같다.
작가는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등과 배에 총을 맞아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와 10대의 아들을 잃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의 끝이 더 아프다. 자신의 죽은 아들들과 남편의 이야기를 하던 여인이 아래와 같이 되묻는다.
"그녀는 자네에게 이야기를 한 게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를 알고 싶대. 돈을 원하는 건 아냐. 자신들의 땅과 인간적인 생활을 돌려받고 싶다는 거야." "우리도 사람이야, 안 그런가?"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문장은 군인들과 다른 유대인들의 욕설과 놀림에도 불구하고 작가에게 끝까지 가이드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의 말이다. 나는 이 문구를 종교의 시선으로 보기보다 인간의 탐욕도 결국 한 순간일 뿐이라는,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것 역시 신의 뜻이라고 본다면....
이 책의 2001년과 2025년 한국어 개정판을 옮긴 함규진 번역가 역시 책의 말미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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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사코는 이 개정판 서문에서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수 천 년의 피학대자에서 수십년의 학대자로 바뀐 이스라엘인들에게, 그들의 성서에 나오는 구절을 되새겨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것은 ‘희년’, 즉 50년마다 한 번씩 속죄의 뜻에서 빼앗은 토지를 돌려주고, 붙잡았던 노예를 해방하고, 서로에게 지은 잘못을 용서해 주던 유대인의 아름다운 전통의 근거가 되는 구절이다.
“너는 일곱째 달 10일에, 사방에서 나팔을 불게 하라. 속죄의 날에, 너는 나팔을 네 온 땅 전역에서 불게 하여라. 너희는 50년이 되는 해를 거룩하게 하고, 그 온 땅의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선포하라. 그것이 너희를 위한 희년이다.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소유지로 돌아가고,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동족에게로 돌아가라.”
- <성서>, <레위기>, 25:9-10
이 구절은 늘 이스라엘의 편에 서 왔던 나라, ‘그 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상징하는 기념물인 ‘자유의 종’에도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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