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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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이상하다. 봄이 오는 건지, 아직 겨울이라고 외치는 건지, 오늘은 영하 5, 내일은 영상 15도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반복되다 보니 땅 속에 잠자고 있는 씨앗들도 고민하고 있겠구나 싶다. 그래도 살 에이는 추위와는 달리 볼에 와 닿는 바람의 느낌이 사뭇 보드랍다.


봄과 함께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라고 정겹게 부제가 붙여진 책 <꽃이 사람이다>를 받았다. 광화문 광장 금빛 건물에 크게 붙여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친숙한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풀꽃문학관에서 보내는 따뜻한 일상을 머위꽃, 민들레, 벚꽃과 같은 꽃들과 개구리, 스승님, 디딤돌, 거리 등 정겨운 소재를 통해 그리고 있다. 몇몇 꽃들의 이름은 참 생소하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란 나에게 익숙한 꽃은 그나마 개나리, 진달래, 심지어 진달래는 철쭉과도 헷갈릴 정도이고, 피면 피었거니 지면 지겠거니 하며 참 무심했다.


글을 읽으며 잊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동네언니오빠들을 따라 진달래를 따서 꿀 먹은 것, 그리고 사루비아라는 꽃의 꿀은 더 맛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진홍빛 사루비아 꽃씨를 사서 키워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우리 집은 지하실이라 햇볕이 들지 않으니까 소용없을 거라고 했던 말에 볕이 잘 드는 길가에 있을 법한 사루비아를 찾아 다녔던 기억도 난다.


예술을 하는 분들의 감각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너무 난해해서 생각의 단계를 몇 번 거쳐야 나올 것 같은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은 직관적이다. 돌려 말함 없이 마음 속 느낌 그대로 표현한 문장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이 차가운 세상에서 그냥 지나칠만한 것들도 시선을 나눠주고 이름과 의미를 붙여주는 것에 그간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이 책을 받아 읽는 중 교통사고가 났다. 단순 충돌이라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 온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무엇 하나 집중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도 가방 속에 이 책을 꼭 가지고 다녔다. 틈틈이 문장을 읽고 선 하나하나 다른 색으로 예쁘게 칠한 삽화를 들여다 보았다. 책 속 문장이 곧 위로였고 약이 됐다. 꽃들도 땅속에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자신만의 예쁨을 봄볕에 틔우며 뽐내지 않은가.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데 역시 책이 큰 위로가 되니 내 세상은 언제나 봄 같아 좋다.


#서평단


"올해도 내가 살아서 봄의 사람인 것이 그럴 수 없이 고맙고 기쁘다."

- P23

"그 정성과 생명력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저 잡풀이라고 눈여겨보지도 않고 그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해 주지 않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어김없이 꽃을 피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꽃이다. 사람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저들의 삶을 사는 것이다." - P118

"얘들아, 좋은 봄이야. 너희들이 추운 겨울을 벌벌 떨면서 지켜주고 견뎌줘서 찾아온 봄이야. 너희들이 만들어준 봄이라고 할 수 있겠지. 너희들도 이 좋은 봄날 한철 예쁘게 꽃을 피우면서 잘 놀다가 가거라. 분명 민들레들도 내 말을 속으로 알아들었을 것이라 믿는다."
- P106

"눈여겨보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미세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또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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