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마르 문화 - 내부자가 된 외부자 교유서가 어제의책
피터 게이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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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게이가 1968년에 펴낸 명저인 <바이마르 문화>는 1919년 1차 대전 패배 이후 갑작스럽게 세워져 1933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존속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만개한 문화가 준 영향력을 정직한 시점으로 보여준다.


 나에게 바이마르 공화국은 아주 잠시동안 존재했던 명목상의 공화국이자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하며 해체된 존재감이 미비했던 한시적인 체제이다. 그래서 정치적 분쟁에 가려진 문화적 화려함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세계의 관심이 독일의 무용, 독일의 건축, 독일의 영화, 독일의 소설, 독일의 연극, 독일의 미술과 음악으로 쏠렸다. (노턴판 서문 중)”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말 이름만 들어도 ‘아아~’할 정도의 인물들의 이름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다. 사실 서평단 활동을 하며 선택한 책 중에 내 독서경력으로는 난해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완독을 하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가며 읽었으며, 마치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 숙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누차 어렵다고 말하더라도 완독한 순간 지식의 세계가 확장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바이마르인들은 트로이의 목마를 도시 안으로 가져오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제작을 지켜보고 그 설계자를 자진하여 숨겨주었던 것이다.” (70쪽)

 “대부분의 독일인이 무엇을 갈망했든, 그것은 절충적 형태건 비판적 형태건 이성이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108쪽)

 만약 당시 독일의 정치계가 좌-우익 정당의 갈등과 보수주의 혁명, 청년 보수주의, 국가 볼셰비즘, 프로이센 사회주의 등 태동했던 수많은 운동으로 혼돈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다만, 니체, 릴케 등 이 짧은 시기에 강렬한 영향력을 주며 현대 문화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을 생각한다면 이후 독일인들이 반유대주의, 반공주의, 인종주의, 군국주의의 나치당을 선택하였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몇 달 후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의 수상이 되었고 바이마르 사람들은 흩어졌으며, 그들과 함께 바이마르 정신은 내적으로 변화하여 이솝 우화가 되거나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으로 소멸했다. 다른 이들은 베를린에서 문 앞의 노크 소리 뒤에, 또는 스페인 국경에서, 파리의 임대아파트에서, 스웨덴의 어떤 마을에서, 브라질의 도시에서, 뉴욕의 호텔방에서 자살로 바이마르 정신을 소멸시켰다. 그러나 또다른 자들은 바이마르 정신을 실험실에서, 병원에서, 언론에서, 무대에서, 대학에서 소생시켜 위대한 발전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얻게 하여 망명지에서 이 정신의 진정한 고향을 찾아주었다.” (270쪽)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야 했던 유태인 저자다운 글 마무리이다. 배가 고프면 책을 팔아서라도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니던가. 높은 실업률,  초인플레이션 등 당시 상황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청년들이 불안을 이기기 위해 급진적 우향을 선택하며 나름의 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와 모순적으로 찬란히 빛났던 문화의 소멸과 2차 대전 전후 독일인들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썼던 것을 보면 이성을 지키고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통찰력과 정치와 문화 사이에서 시선의 균형을 유지하며 쓴 이 책은 소장해야 옳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다시 읽는다 해도 숙독할 것을 권장한다. 명문은 눈으로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머릿속에 새겨 넣어 나 자신을 이성적으로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으로 남겨야 한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지금부터 겨우 35년 전인 1933년에 소멸했지만, 벌써 전설이 되었다. 고통스럽고 짧게 존속하다가 살인과 지병과 자살이 혼합된 것과 같은 죽음을 맞았으나, 길이 기억될 업적을 남겨 때로는 희미하였을지라도 언제나 찬란했던 감동을 인간들의 정신에 남겨놓았다." (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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