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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ㅣ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곽곽 선생은 평범한 암행관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한 다른 암행관과 달리 곽곽 선생은 절도사 같은 부류를 영원히 삼켜버리는 태풍 같은 존재였다.” (31쪽)
찢어진 눈매, 오뚝한 콧날에 얇은 입술, 검은 두건과 검은 옷, 흑단에 쇠를 입힌 몽둥이를 양손에 들고 있는 무적의 싸나이.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쥬 왕의 암행관으로서 전국을 누비며 부도덕하고 악한 자들을 일망타진하는 평현 곽씨 집안의 이름 역시 곽이요, 곽곽 선생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이 책의 배경의 절반은 현실, 절반은 허구를 입힌 듯하여 첫 문구에 갸웃하게 되었다. 흑도? 쥬? 와? 카락은 무엇이며 열교의 백색당과 혈교, 내수교는 무엇인가? 마치 현실 A와 허구 B 사이의 점선을 잇듯 조선, 왜, 유교, 천주교 등 단어들을 덧씌워 연결해 보며 읽게 된다.
“실상은 국왕을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밀정이었으며 악랄한 사냥개에 불과(196쪽)”한 곽곽 선생은 어떤 인물인가? 이 책 속에서 그가 하는 행동은 국왕에게 충성하는 신하로서 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정의의 사자라 부를 수 없다.
그는 백색과 흑색 사이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므로 왕이 보호 하에 일단 지킬 건 지키되 할 건 다하는 유쾌한 인물로 보인다. 특히 그가 흑단 방망이로 ‘기준에서 어긋난 이들’을 처단할 때 ‘캬’하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우리가 영화 <범죄도시> 속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역)를 보며 느끼는 호쾌함과 유사, 또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곽곽선생뎐>을 영상화하게 된다면 곽곽 선생은 당연히 마동석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흐름은 빠르다. 책 속 몇몇 장면은 마치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화면이 깜빡 꺼진 뒤 다시 켜졌을 때 극의 후반부/엔딩으로 이동한 것 같았는데, 이는 마치 작가 분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주욱 쓰다가 중간에 서술해야 할 (흐름상 뻔하게 전개될 것 같은) 내용을 “이후 일어난 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김!”하며 생략한 느낌이었다. 이 생략된 내용을 모두 서술했다면 현대사극 TV시리즈가 될 테고, 책 내용과 같이 생략의 미학을 발휘한다면 영화 한 편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만큼 영상화가 기대되기도 한다.
<작가의 말>이 책의 내용이 끝난 뒤 적혀있는 게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배치가 왠지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과 집중력을 유지하려 한 작가 분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네, 혹시 곽곽 선생이라 들어보았는가? 그게 바로 날세.” (28쪽)
씅질 나면 귀족자재 왕족 할 것 없이 정의봉, 아니 흑단방망이!
글자로 캬~ 시원한 사이다 느껴볼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