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로봇 노트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6
김종호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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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국민학생이던 시절, 과학의 달이나 상상화를 그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흔한 소재 중 하나는 무선 전화기를 집과 떨어진 바깥에서도 사용하는 장면이었다. 그 때만 해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지금처럼 개인 휴대폰이라는 것이 보편화될 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현실화 되지 않은 소재는 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현재 내 불편함을 대신해 줄 로봇을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노트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던 그 때의 그 시간이 담긴 아빠의 노트를 발견하였을 때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것은 마치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여는 초대장과 같지 않았을까?


아이와 함께 들여다 본 아빠의 노트는 무척 흥미롭다. 굉장히 다양한 로봇들이 공통된 형식을 가지고 등장한다. 처음에는 로봇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로봇의 활약상만 보고도 이 로봇의 이름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래서 꼭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로 다음 장에는 해당 로봇의 이름 및 소속, 재질 등 로봇의 상세 프로필이 제공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로봇의 가장 핵심적이고 특수한 기능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로봇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지게 만들어준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파이어로봇 만화에 빠진 우리 아이들은 소방 로봇과 구조 로봇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로봇을 갖고 싶어서인지 책을 자꾸 오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책에 색칠을 하고 싶어 해서 마음에 들어하는 로봇을 모조지에 복사해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입히니 로봇에 대한 애정도가 더욱 높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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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책의 특징인지 아빠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아빠가 주인공인 책들이 많다. 이 책 또한 제목부터 아빠를 찾고 있어 책 읽어주기의 몫을 아빠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인 나로서는 애정하는 책이다. 로봇이 가진 신기능에 비해 아빠가 흉내내는 '삐리삐리' 로봇 소리는 90년대식이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책읽는 소리에도 깔깔대며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마땅한 소재를 찾기 어려워하는 아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의 책이라 여겨진다.



반 아이들과는 지점토를 이용하여 나만의 로봇 만들기를 해 보았다. 소재가 '로봇'인지라 아이들 눈빛이 평소와는 무척 다르다. 자신이 만든 로봇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떤 기능을 가진 로봇인지 너도 나도 나에게 설명하는 통에 우수 영업사원과 마주 앉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의 로봇을 살펴보면 현재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혹은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 있다. 마치 소원을 들어줄 로봇을 만든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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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흥미도를 고려한 단순한 설정이었겠지만 로봇이 아빠와 아들의 유대감을 이어주는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그려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아빠의 로봇노트는 발견한 것이 남자 아이였다면 그것을 함께 나누는 장면에는 여자아이도 함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상상력을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빠의 로봇 노트는 가치가 있다. 오늘도 우리집 로봇은 여전히 90년대식 로보캅 소리를 내며 삐그덕대고 있지만 아빠의 과거와 아이의 현재가 이어지는 그 상상의 세계가 어떤 미래가 될지는 누구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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