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내 고양이는 말이야 길벗스쿨 그림책 7
미로코 마치코 지음, 엄혜숙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학교 연구실에는 고양이가 산다. 학교에서 웬 고양이냐 싶겠지만 종일 함께인 것은 아니다. 유기묘 보호에 앞장 서시는 다른 선생님이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로 출퇴근을 함께 하고 있다. 금세 새로운 가족과 연결되어 짧은 이벤트와 같은 만남일줄 알았는데 대장에 문제가 있는다는 게 발견된 이후에 연구실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눈도 못 뜰 때 어미에게 버려진 작디 작은 생명과의 기묘한 동거가 어느덧 3개월이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요녀석이 볼수록 재간둥이다. '손'하면 앞발을 어찌나 척 올려주는지. 그 매력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미모를 갖고 있어서 가만 들여다보면 눈망울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뭐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랄까?


 

요 녀석의 실물을 카메라가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

사진 찍는 걸 알았는지 요렇게 포즈를 멋지게 취해준다.



  아마도 미로코 마치코에게 테츠조도 그런 고양이였을 것이다.(나는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것은 아니라 완전히 그녀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오죽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집사라 부를까. 고양이님이시여 그대 뜻대로 하시옵소서.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고

테츠조가 8kg이라는 게 놀라운 게 아니라

그림 속에 나타나는 작가의 몸무게가 놀랍다. 하하하; 부러우면 지는 게지~~



테츠조의 매력이라면

주먹밥 같은 외양,

어지간히 힘을 주어야 할 무게,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 까칠함,

그런 와중에 나에게만 보여주는 어리광,

무게를 간혹 잊게 하는 날쌘 속도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그 중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게 아닐까?




진정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저 시선회피.

아이와 함께 책을 넘기다 빵 터져버렸다.

테츠조, 너에게 반하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니?



하지만 테츠조와는 8번째 겨울을 함께 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 너머로의 이별을 맞이하고 만다.

진짜 이야기의 시작은 아마도 테츠조를 부르는 이 순간일 것이다. 



마음에도 밥공기와 같은 공간이 있다면

꾹꾹 눌러담듯

테츠조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테츠조는 그렇게 세상의 연결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책의 앞으로 돌아가본다.

처음엔 괴기스럽게도 생각되었던 몸의 일부가 생략된 듯 그려진 테츠조의 모습이

어찌하여 그런 모습이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테츠조-나(파란 원피스의)-소토와 보는

서로의 일부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5학년 2학기에 처음 역사를 배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마지막 대단원의 끝은 바로 '병자호란'이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변해가는 조선의 모습으로 마무리가 된다. 관련된 초등 사회과 핵심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인물과 유적을 통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극복 과정을 조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라 함은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연결하라는 의미요, 대표적인 유적지는 남한산성과 병자호란을 연결하여 그 배경과 극복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주요 교육내용이다.


 

  초등 사회 교과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중요한 사건이 단 몇페이지에 걸쳐서 소개가 된다. 소개라고 밖에 다른 표현을 할 수 없는 건 조선은 흔든 전쟁을 전쟁이 종결된 유적지 한 곳을 가지고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의 변화의 핵심이 된 두 전쟁이 한 묶음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쟁 속 인물이 되어 역사 일기를 쓰는 것으로 평가 예시가 제시된다. 심히 심란하기 이를데가 없다.

  아이들에게 학습만화를 권장하지 않지만 꼭 만화를 봐서라도 알았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면 '과학'과 '역사'이다. 몇 개의 문장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빈틈을 매우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식의 귀여운 웹툰체가 아닌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역사만화는 역사의 진중성을 살리면서도 한 시간의 수업으로는 미처 이해하지 못할 거대한 사건의 앞 뒤로 흐르는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화 병자호란은 한명기 교수의 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원작을 하였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내용면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으며 줄글 이해가 어려운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병자호란은 보는 내내 가슴을 치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임진왜란처럼 전설적인 영웅이 나타나 상황을 타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수세에 밀려 극한 수치스러운 결말로 내몰리게 되는 뼈아픈 전쟁이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떨리게 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하늘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던 왕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다. 말 그대로 치욕의 역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자호란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이다. 병자호란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도 오버랩이 된다. 우유부단의 끝판왕을 보여주며 고구마 백 만개를 먹은 듯한 인조의 정치력이 현대에도 재현된다면 어떠한가? 생각만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인 것이다. 원작자 한명기 교수의 말처럼 과거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하고 좀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 가는 것, 그래서 꼭 알아야 한다. 유교적인 질서를 바탕으로 국가를 건립했던 조선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세계적인 변화 흐름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그 뿌리부터 흔들리며 변화해갔던 시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조와 소현세자, 봉림대군, 최명길 등의 주요 인물만이 아니라 주화파와 척화파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 당시를 살아가던 백성들, 피로인과 환향녀를 통해 전쟁의 이면을 보여준다. 전쟁은 어찌 되었건 약자가 가장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약자들의 희생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만화 병자호란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소제목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인조를 보며 나만 그 사람이 떠올랐던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란 말로 우리를 여러 번 놀라게 한 이가 등장하기도 하며 바뀌어가는 세상을 직접 보며 자신의 영달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자 했던 결국은 좌절된 소현세자의 꿈도 이야기한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 권력자들, 골든타임을 놓쳐 허비해버린 100년의 시간, 그 사이 희생된 애꿎은 백성들... 패권의 중심이 옮겨가려는 지금, 병자호란의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화 병자호란을 통하여 병자년에 청이 조선으로 쳐들어와 일으킨 전쟁 정도로 끝나는 지식이 아닌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당시를 살아가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좀 더 이해하고, 그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봇 : 인공지능 시대,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 - 2016 볼로냐 어린이 국제 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길벗어린이 지식 그림책 2
나타샤 셰도어 지음, 세브린 아수 그림, 이충호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과 '아빠의 로봇노트'를 읽어줄 때 로봇에 대한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의 바람에 딱 들어맞는 책이 나왔다. 책에 붙는 부제는 '인공지능 시대,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이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상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표지를 넘겨 만난 로봇의 모습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 손가락을 입에 물고 다른 한 손에는 애착 인형인 듯한 토끼를 들고 서 있는 모습에 현재 로봇의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로봇은 인간을 닮은 것 같으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흔하게 보아 넘겨지는 차례에 로봇의 언어를 맛보여줌으로서 로봇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제1장 다음 제10장, 제11장, 제100장으로 이어지는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어, 오타다! 하며 아이들의 눈이 집중될 것이다. 어려운 컴퓨터 언어를 늘어놓고 설명하는 것보다 스스로 이상한 점을 찾고 의문을 갖게함으로서 흥미를 끄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이진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로봇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의 언어가 0과 1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 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지만 읽어주기에는 글밥이 많은 책이라 '로봇과 함께 하루를' 부분을 발췌하여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국어 시간에 '들으면서 적기'를 배우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냥 듣고, 두 번째에는 적으면서 들어보았다. 적으면서 들어서인지 훨씬 더 많은 로봇의 종류를 기억해내었고 아이들 입에서 '아-나도 이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저절로 나왔다.

로봇으로 인한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곧 다가올 10년, 20년 후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로봇 선생님'과 '병원에서 일하는 로봇'을 발췌하여 읽어주었다.

"아, 나는 꿈이 선생님인데 그럼 선생님 못하는 거야?"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저절로 아이들 입을 통하여 나온다. 로봇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비단 직업 뿐만이 아니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마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로봇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이 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로봇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왜 로봇을 우리 곁에 두려고 하는가?

사람들은 수천년전부터 사람과 닮은 존재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을 뛰어 넘는 신의 영역과도 같아서 충분히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갖게 하였다. 다양한 형태의 도전과 실험은 현재의 로봇을 만들게 하였고 우리가 꿈으로만 여기던 사람을 꼭 닮은 휴머노이드의 개발도 멀지 않은 미래가 되었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도 자연재해나 안전사고 등의 뛰어넘지 못하는 장벽 앞에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로봇인 것이다. 인간을 대체하여 위험한 곳에서 작업을 대신하기도 하고, 고된 일들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그것에 더하여 인간 스스로가 증강 인간이라 부르는 슈퍼맨이 되고자 한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한계를 끌어올리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로봇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능력을 갖춘 로봇들이 과연 인간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될 것인가? 로봇에게도 인간이 갖는 인권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권리가 주어줘야 하는 것인가? 인간의 이익을 위해 만든 로봇이 한 개인의 사욕에 의하여 나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좀 더 구체적으로 로봇과의 삶을 그려보고 그에 따른 문제들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과제가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로봇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로봇이 갖는 윤리적인 관점 및 위험성까지도 두루 살펴본다는 점에서 좀 더 깊게 로봇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구어체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어 바로 옆에서 로봇 이야기를 듣는 생생함이 느껴졌다. 또한 직접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과정을 안내하고 있어 책을 보면 몸부터 들썩거리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재료 그대로 로봇 만드는 키트가 판매된다면 얼른 사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니.

로봇을 직접 만들어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로봇 책 배 로봇 디자인 대회'를 함께 해보았다. 이벤트를 통해 책을 한 권 더 받게 되어 아이들 상품으로 활용하니 아이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워낙 흥미있는 책이라 아이들 입에서 '아 저 책 꼭 갖고 싶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이들의 로봇은 생활과 밀접한 모습도 있었고 공상 만화에서 보던 로봇을 닮아있기도 하였다.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아이들이 뽑은 최고의 로봇은 무당벌레의 구조와 기능을 닮아 디자인한 청소 로봇이었다. 기능을 제외한 디자인만으로도 한 번 더 아이들끼리 작품을 뽑아보았다. 그림 속에서나, 상상 속에서나 만나던 로봇을 머지 않아 곧 나의 옆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 끄지 마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7
마에카와 도모히로 글, 고바야시 게이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20161025_230928_HDR.jpg

 

 

머리에 이불을 푹 눌러쓴 채 위로 향한 동그란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은 겁에 질린 듯 보인다. 이불 밖 세상은 칠흑같이 어둡다. 아이 위로 씌여진 책 제목 '불 끄지마'는 아이가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같다.


아하, 요녀석 밤이 무서운가 보구나! 유난히 괴물이나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우리 첫째를 보는 것만 같다. 얼마 전부터 잠자리 독립을 위하여 불을 끈 뒤 밤인사를 하고 잠들기 전에 방을 나오고 있는데 무섭다며 흐느끼며 울던 그 때가 생각난다.



 

20161025_225451_HDR.jpg



 

조금의 어두운 곳도 허용하지 않으려는지 아이는 집 안 모든 곳의 불을 켜고 다닌다. 어두운 곳에는 꼭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고,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것도 같다. 재미있게도 잘 알지 못하기에 상상의 세계는 극도로 부풀려진다. 한 번 무섭다는 생각이 들자 극한의 두려움이 되어 돌아온다.

 


20161025_225522_HDR.jpg

 



"불 좀 꺼 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역시 뭔가 있어! 그런데 세 번째 들은 대답이어서일까?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앞선다. 상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너 대체 누구니?


그 어떤 인위적인 조명 하나 없던 시절에 달빛 하나에 의지하여 밤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한 어둠이 있기 때문이었다. 모순되게도 어두워야 더 잘 보이는 법이다.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도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더욱 찬란한 빛을 낸다. 그래서 현란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조명들은 되려 빛 "공해"가 되어버린다. 어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 탓이다.


 

 

20161025_225542_HDR.jpg


밤에만 볼 수 있고, 밤이라서 특별한 광경 앞에서 어쩐지 어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듯 하다. 무섭게만 느껴지던 어둠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상대를 알게 되자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이 변화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여수 밤바다~♬란 노래도 온종일 흥얼거리는 것일까? 어두운 바다가 주는 그 매력을 실제로 보고 느꼈기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야할 때면 망설임과 후회의 시간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참을까 말까, 아까 물 먹지 말고 자는 건데! 모두가 잠들어 있어 고요하고 적막함으로 채워져 있는 어둠의 시간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둠은 실제 어떤 모습인 걸까?


두려움은 잘 모를 때 생겨난다. 무지의 힘을 빌어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려움에 맞서기란 아이들에게 참 어려운 일이다. 허나 사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두려운 대상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알고나면 상대에 대한 생각의 틀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반대되는 의미를 갖는 빛과 어둠은 서로 적대적인 것 같지만, 아이와 함께 떠난 어둠 여행을 통하여 빛과 어둠은 서로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상호보완 관계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빛이 없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이 없어야 빛이 있을 수 있기도 하지만 그들이 더욱 아름다울 땐 서로 함께 있을 때이니 말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이기고 나면 세상에 숨겨진 멋진 비밀을 하나 더 발견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아노 치는 곰 김영진 그림책 5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61006_212025.jpg


 


책을 펼치자마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 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우리의 일상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그녀의 일상이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내게도 피아노 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거겠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 '아내'라는 이름을 달면서

나도 모르게 슈퍼우먼이 된다.

다른 곳을 보고 말하며 한 손에 프라이팬을 들고 요리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이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은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게 누구보다 알뜰해야 한다.

그러나 그 알뜰함 속에 나는 없다.

미르학교 준비물, 그린이 과자, 미르아빠 슬리퍼에는 아낌이 없다.





 

20161006_221031_resized.jpg


 


폭풍 전야 같은 아침전쟁을 치르고 난 뒤

찾아 온 고요함은 어쩐지 자신을 더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가씨적과는 비교도 안되게 보잘 것 없어진 내 모습에

아침 한끼 마음껏 먹기가 어려워진다.

허한 마음이 엄마를 곰으로 만들었다.





 

20161006_221042_resized.jpg


 


엄마가 곰이 되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우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일상에서 엄마가 곰으로 변해버리다니,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상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환상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등장으로 맥락과 명분을 갖게 된다.



아이들은 각자의 머릿 속에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야기 속 엄마와 비슷한 엄마를 혹은 우리 엄마가 동물로 변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등등




12.jpg


아이들에게는 엄마는 어떤 의미일까?

짝꿍책을 활용하여 아이들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친구, 사랑, 잔소리쟁이, 기쁨, 시키는 쟁이, 요리사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의미이고 싶었을까?





 

20161006_221057_resized.jpg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곰이 되어버린 엄마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해버리자

집안은 엉망이 된다.

엉망이 된 집은 할머니가 대신하여 치워주지만

엉망이 된 마음을 대신하여 채워줄 엄마는 여전히 부재중이다.



엄마의 부재로 세 부자의 일상이 달라진다.

아빠는 그린이를 돌보고, 미르는 그런 아빠를 도우며, 그린이는 엄마를 위해 사과를 닦는다.

철벽 같았던 엄마의 마음 속에도

가족이 함께하는 풍경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엄마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에

그 당연함의 이유였던 엄마란 존재의 부재로

엄마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님들과 만나 아이의 일을 상담하다보면

아이를 위하여 어머님들이 내려놓아야 했던 삶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가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아이가 생김으로 인하여

전과는 다른 삶의 무게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엄마가 되는 길이라 나 스스로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내 스스로에게도 오늘만큼은 묻고 싶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꿈꾸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 반 뒷 게시판에 김영진 작가의 말이 늘 붙어있는 덕인지

아이들에게 표지를 보여주자마자 대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와 '이상한 분실물 보관소' 책 제목이 아이들 입에서 나오며 반겨한다.

일상에 환상 한 스푼을 더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꾼답게

피아노 치는 곰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