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자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쏟아지는 시간. 한 어머님의 고민은 이러하였다.


"선생님, 저희 땡땡이는요. 걱정이 많아요.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모기 때문에 무서워하고 요즘은 지진난 거 이야기하며 걱정하느라 밤새 잠을 잘 못자요."


평소 활동을 할 때에도 아이가 자주 내게 다음 상황을 확인하면서 진행하곤 하였는데 행동의 이유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걱정이 많아서 잠을 못 잘 정도라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아이를 위해 걱정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이야기를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기가 시작되며 개학 첫 날, '겁쟁이 빌리'를 읽고 걱정 인형을 만들며 새로운 다짐을 해보았다. 휴지심을 이용하여 만든 부엉이 인형 안에 2학기를 맞이하며 드는 걱정들을 적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상의 걱정이 많은 우리반 친구에게 걱정 인형을 만든 것만으로는 걱정을 떨쳐버리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뭐 어때!'는 누구라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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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자명종의 울림으로 '적당 씨'의 하루는 시작된다. 주인공이 갖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보다 특별하다.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에 이가 보일 정도로 대부분 벌어져 있는 입, 뭐든 괜찮다는 듯 손바닥을 내보이는 모습만 보아도 '뭐 어때~!'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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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 씨에게는 계속 해서 괜찮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일어나보니 이미 지각이고, 넥타이를 다 매었다 했더니 삐뚤빼뚤하고, 강아지에게 준 먹이는 알고보니 고양이 사료이다. 그 뿐이랴. 버스 안에서 딴 생각하다 정류장을 놓치고, 버스 안에 가방까지 두고 내린다. 그럴 때 마다 적당씨가 내뱉는 단골 멘트 '뭐 어때!'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아이들이 라임을 넣듯이 입을 모아 외친다. '뭐 어때!'


'뭐 어때'의 매력에 흠뻑 빠진 아이들이 가장 기막혀 하는 장면은 바다에서 팬티 한 장만 남기고 옷을 훌렁 벗어버리는 적당 씨의 모습이었다. 의도치 않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마도 입에서 욕지거리가 먼저 나오지는 않았을까? 그리고선 괜한 화풀이를 하지는 않았을까? 또는 더한 상황을 상상하며 괴로움의 나락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았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하며 걱정을 위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지.


적당 씨의 이런 다이나믹한 하루는 회사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적당 씨가 아무리 초 긍정의 상징이라 해도 회사에 도착하여 알게 된 사실은 이 이야기의 반전이랄 수 있게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그런데 적당 씨가 누구인가? 그는 초지일관,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아이들도 '설마'하는 의심마저 품지 않고 적당 씨는 당연히 그의 단골멘트 '뭐 어때!'를 외치리라 예상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자 우리반 걱정 많은 아이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 게 보인다. 그 아이 말고도 걱정이 많은 편이었던 아이들이 적당 씨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 책을 읽어주기 전에 적당 씨의 행동에 대해 아이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읽어주어야 할지 많이 망설였다. 오죽하면 책 띠에도 사장님이 내지 말라는 책이라 했을까? 역시나 읽고 나서 한 두 녀석 입에서 '아 나도 늦게 일어나면 학교 오지 말아야겠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적당 씨가 늦게 일어나서 회사에 가지 않았을까?"


적당 씨는 분명 '회사에 가야 한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 끝내 그것을 해내었다. 자신의 역할을 해내기 위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만났고 그 어려움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그의 행동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노력과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좌절과 실패의 벽 앞에서 울고만 있을 것인가? 그리고 벌어지지도 않는 상황을 마냥 걱정하며 불안해할 것인가? 그런 상황마저도 다른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나는 아이들이 실패와 좌절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성장시켜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실패와 좌절에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반드시 실패라고, 좌절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불안도, 걱정도 남의 일이 된다. 오로지 새로운 기회만 있기 때문이다.


적당 씨에게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법, 그것을 아이들이 배워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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