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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남은 김미자
김중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평점 :
어제도 엄마와 다퉜다. 잔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 못 한 채 씩씩대면서 돌아섰지만, 이상하게도 어렴풋이 안다. 언젠가 이 순간까지도 후회로 남을 거라는 걸.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내 쪽을 향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만 남은 김미자』는 부모에 대한 사랑, 원망, 오해 같은 복잡한 감정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김미자는 화자(저자)의 어머니 성함이다. 책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이 사라져 가는 과정 속에서도 끝내 크게 남는 건 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보게 된다. 제목이 가진 의미도 그 지점에서 선명해졌다.
나는 예전에 엄마에게서 “나중에 내가 늙으면 나 돌봐줄 거야?”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섣불리 약속을 하겠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신념’으로 답했는데… 엄마는 그 말이 꽤 큰 상처였다고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말의 논리와 마음의 진심은 종종 어긋나고, 가족에게는 그 어긋남이 더 깊게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 ‘가족’이라는 존재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미운 순간에도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관계. 다만 작가가 그려낸 가족은 내게는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풍족한 가족’은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계속 돌아오고, 결국 함께 있으려 애쓰는 사람들. 무엇보다 공부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 온기를 나누는 장면이 오래 남았다. 관계가란 결국 함께 머물 자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나에게 또 다른 “가정”이 꾸려질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쉽게 “나도 이런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대신 생각은 든다. 공부방처럼 누군가에게 열린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족(커뮤니티)을 만들어갈 수는 있지 않을까. 나만의 도서관 아지트를 만들어 누구든 들어와 책을 읽고 쉬다 갈 수 있다면—그건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일지도 모른다.
읽고 나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가족에게 어떤 마음을 ‘남겨’왔고, 앞으로는 어떤 마음을 남길 것인가.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