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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윤혜진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5월
평점 :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아름다운 봄꽃이 한가득 새겨진 표지 그림까지.. 근 몇 년간 시중 베스트셀러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의 감성 위로 에세이 패턴인지라 독서를 시작하기 전 해당 도서에 대한 이미지는 딱 그랬다. 그간 많이 읽어왔던, 가볍게 휘리릭 넘기는 시간 때우기용 감성글. 재차 꺼내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표지가 예뻐 인테리어를 위해 책장에 진열해두는 그런 책.
그런데 웬걸. 선입견에 잠식된 채로 첫 장을 펼친 순간 나는 짐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채워진 글에 충격에 가까운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나르시시즘, 가스라이팅, 완벽주의, 셀프 모니터링, 자발적 아웃사이더 등등 우리가 일상에서 매우 자주 경험하고 접하며, 최근 더욱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개념들을 학문적 접근부터 시작하여 구체적 예시를 통해 현실과 접목시키고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고질병과도 같은 이러한 현상들을 발생 원인부터 해결방안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꽤 많은 위로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기존 에세이들이 ‘나도 너와 같은 상황을 겪어왔다. 잘 이겨낼 수 있으며, 정 힘들다면 이겨내지 않아도 괜찮다.’와 같이 마치 친구가 고민상담을 해주듯 공감의 형식으로 위로를 건넨다면, 해당 도서는 정신분석 상담소에서 전문의에게 진찰과 처방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혹은 학계에서 유능하기로 평판이 자자하고 수업 능력치마저 뛰어나 수강 신청이 버겁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심리학 교수님으로부터 특강을 받는 기분이었을지도.
인생을 살아가며 과업이나 관계 속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자아 고민과 갈등을 보다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고민과 갈등이 어디에서, 어떻게, 왜 만들어진 것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모두가 다 같고, 그게 자연스럽다. 그냥 그렇다’라는 두루뭉술적 뉘앙스는 찾아볼 수 없다. 가려운 곳을 아주 제대로 긁어주며 심지어 조금은 날카롭기까지 해 내상을 입기도 하지만 부정할 수 없어 너털웃음 지으며 인정하게 한다.
-흔히 ‘팩트 폭력’이라 일컫는 매서움에 상처를 잘 입는 사람이라면 독서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정도로 촌철살인적 멘트가 상당히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단순 공감과 위로만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독서 후에 당혹스러움에 빠질 수도 있겠다(웃음).-
또한 성찰하고 반성하고 부정적 측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개선하는 방향을 일러준다. 그리고 가끔은 토닥토닥 달콤한 위로와 격려도 잊지 않는다. 정말 의사 선생님 혹은 교수님을 마주한 듯이.
처음엔 사실 큰 기대 없이 읽었으나 앞으로의 인생, 특히 과업이나 관계 측면에서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지, 타자에게는 또 어떤 식으로 진솔하게 위로할 수 있을지 참고 아닌 ‘공부’를 하게 만든 대단한 책이었다. 학구적 성향이 약간 짙어 독서 초반엔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기억하고 있으면 적용하고 활용할 곳이 수 군데인 많은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으니 심리학 도서를 찾는다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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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단,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한다.(p.25)
✔️과거는 가장 기억하기 좋은 형태로 왜곡된다. 우리 뇌의 합리적인 기억 시스템 덕분에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환상을 깨주지 않으면 자신의 현재는 예전만도 못하다는 자기 비하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SNS로 증명되는 완벽함의 증거들이 이런 조바심에 불을 지핀다.(p.57)
✔️’완벽주의’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단한 일이라기보다는 현실 회피에 가까워서 우리를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유아적인 사고방식에 머무르게 만든다.(p.66)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으로는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다.(p.118)
✔️무조건 긍정적인 말로 감정을 포장하는 것을 멈추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관계를 살리는 진짜 감정관리의 시작이다.(p.175)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관계 맺기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나와 내 주변의 ‘에너지 뱀파이어’와는 영원히 작별하게 될 것이다.(p.209)
✔️어설픈 나의 경험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있다는 눈빛과 태도로, 최대한 빠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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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비디자인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 후기입니다.